남성듀오 UN 출신의 배우 겸 가수 김정훈이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김정훈은 지난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했지만 새로운 음악으로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거의 7년 만이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활동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새 음악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유독 반가운 이유다.
김정훈의 새로운 음반 발매 소식에 가요계 일각이에서는 복귀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김정훈은 복귀하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본격적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하기 보다는 팬분들에게 드리는 예우이자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음반을 내면 음악방송이나 예능이나 인터뷰를 하면서 홍보를 하는데, 조만간 작품을 들어갈 예정이라 힘들 것 같아요. 음반은 봄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늦어져서 시기가 이렇게 됐네요. 음반으로 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연기 쪽으로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연기에 비중을 두고 싶어요. 활동을 많이 하겠다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요즘 분위기를 떠나서 제 감성, 제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노래가 나왔으니 '들어주세요' 하는 것 보다는 팬분들에 대한 선물 같은 느낌의 앨범이에요."


이번 김정훈의 미니앨범에는 JTBC '히든싱어' 윤민수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성욱의 곡으로 꽉 차있다. 김성욱은 타이틀곡 '하루'를 비롯해 수록곡 '그때말야', '우리가 만나는 동안에', '그리움에'까지 모든 곡에 참여했다. 김정훈은 사실 김성욱이 '히든싱어'에 출연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나중에 녹음실에 가서 노래를 하는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렸다고.
"김성욱 씨는 티비로 볼 때랑 실제랑 볼 때랑 느낌이 달라서 전혀 몰랐었어요. 둘이 같이 얘기를 하다가 같은 장르와 곡을 좋아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작업을 진행하게 됐거든요. 가이드를 처음에 들었는데 윤민수 씨가 녹음한 줄 알았어요.(웃음) 사실 성욱 씨의 목소리가 감성적이지만 거친 부분이 있어서 제가 해석하는데 힘들었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저에게 맞춰서 가이드를 해줘서 고마웠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터. 김정훈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 만든 앨범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오랜만에 가수로서 팬들 앞에 선다는 게 많이 망설여졌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정훈이 잠시 가요계를 떠난 사이 가요계의 판도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김정훈은 변한 가요계와 긴 공백 때문에 대중 앞에 설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본인의 목소리와 노래를 좋아할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면접을 본적은 없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면접 보는 사람의 기분 일 것 같아요. UN 활동을 하면서는 나름대로 정도라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기다리는 느낌이라 떨려요.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해 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웃음)"
그동안 김정훈은 가수보다는 배우로서 좀더 활발히 활동을 해왔다. 가수의 매력 못지 않게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색다른 매력이 크게 다가 왔단다. 두 가지 일을 하면서 그는 전혀 다른 직업처럼 보이지만 가수와 배우는 닮은 점이 있다고 했다.
"노래는 굉장히 고급 기술의 연기라고 생각해요.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내 감성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울컥하듯이 노래를 듣고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내가 가사 속 인물이나, 작품 속 주인공이 된 거죠. 여러 이야기를 ‘나’라는 매개체로 전달하는 게 가수와 배우가 닮은 점 인 것 같아요. 노래는 부분적으로 전달하고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구체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가요계는 god,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가수들이 다시 뭉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UN의 김정훈 역시 이들의 활동에 반가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활동하는 가수들처럼 화려하지 않았다며, 그 시대의 분위기에 속해있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실 UN는 2000년 데뷔에요. 엄연히 말하면 90년대 활동했던 가수가 아니거든요. 90년대 활동했다고 하면 조금 올드해 보이지 않나요.(웃음) 정말 재결합을 원했으면 정원이랑 얘기해서 같이 나왔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가 그들만큼 화려하지 않았어요. 당시에 독보적인 존재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금 뭔가 시대적 분위기 속에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UN의 이야기를 하면서 'UN 불화설'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 '음담패설'에서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이 UN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정훈은 숨길 부분이 아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이가 처음부터 안 좋았던 건 아니에요. 가족들끼리도 싸우기도 하는데, 심지어 늘 싸웠던 것도 아니거든요. 분명히 안 맞았던 부분이 있었고 이 때문에 다툴 때도 있었죠. 둘이 노래하는 게 굉장히 다르고, 또 음악적 성향, 기호도 달라요. 당시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했는데 그걸 중재해 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당시 UN은 다른 그룹과 달리 따로 개인적인 활동을 많이 했었다. 최정원은 넘치는 예능감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으며 김정훈은 시트콤 등 다른 스케줄이 많았던 것. 심지어 두 사람은 같은 시간대에 각자 다른 방송국에서 라디오 디제이를 했던 적도 있다. 김정훈은 개인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이 많아져 따로 살게 됐지만, 그 후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따로 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찾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같은 편에서 같은 곳을 바라 보게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최정원과 술 한잔 하고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음담패설'에서 'UN는 차를 따로 타고 이동했다', '대기실을 2개로 나눠 썼다'라고 하던데 그렇게 보였을 거에요. 저 같아도 그렇게 봤을 거에요. 이로 인해서 상처받은 팬들에게 미안해요. 또 그분들에게도 오히려 미안고요. 과거 최정원과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가 좋아요. 지금도 계속 문자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우리끼리는 재미있거든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였구나'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해요."
배우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가수로 돌아온 김정훈. 인터뷰 내내 그는 가수활동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음악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최대한 열심히 할 거다”라고 답했다. 김정훈은 드라마와 뮤지컬을 동시에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한가지를 제대로 몰입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곧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음반을 낸 만큼 스케줄을 잘 조정해서 활동 할 거라고 밝혔다.
"4년 뒤 월드컵은 40살에 보게 되는데요. 이런 점에서는 슬퍼요.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나이를 먹어가는데도 목소리가 별로 안 바꿨어요. 노래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제가 부르고 목소리가 애 같아서 놀랐거든요. 철이 없어서 그런가?(웃음) 기교도 없고 폭발적인 가창력도 없지만 덜 익은 목소리로 불러서 오랜만에 열심히 만들었어요. '옛날 감성을 느껴주세요'가 아니라 그냥 이 노래 자체를 느껴줬으면 좋겠어요."
inthelsm@osen.co.kr
메르센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