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는 가라..韓공포영화도 진화한다 [소녀괴담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7.02 11: 09

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올 여름 극장가에서 공포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한국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에서는 유독 공포물의 명맥 유지가 힘들어 보인다. 이는 한국에서의 장르적 노쇠함, 소재의 정체, 상업적 실패에 따른 투자의 위축 등 여러 문제가 합쳐져서 발생한 일.
지난 해 한국영화 14년만에 역대 외화 공포영화 1위에 등극한 할리우드 영화 '컨저링'은 남의 얘기였고, 공포물의 편견을 깬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같은 패기가 마냥 부러워했다. 한국영화로서는 지난 2009년 5편까지 나오며 몇몇 호러퀸을 배출한 '여고괴담' 시리즈가 향수처럼 회자된다.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서도 눈에 띈 몇 편 외에도 한국 공포 영화 명작을 거론할 때 2003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2편까지 나온 '무서운 이야기'는 참신한 시도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건축학개론'을 만든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2009) 같은 묵직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공포물도 존재했다. 하지만 '불신지옥'은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2일 개봉하는 '소녀괴담'(오인천 감독, 강하늘 김소은 주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올 유일하면서도 최초로 선보이는 한국 공포영화다. 다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등장한 2014년 공포물은 어떤 모습일까?
드라마에서도 최근 사극, 로맨스, 판타지, 코믹, 스릴러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한 데 모아 요리해내는 복합 장르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트렌드가 됐듯, 영화 역시 정통 공포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 눈에 띈다.
'소녀괴담'은 코믹, 로맨스와의 장르 교합이 이뤄지며 정통 공포에서는 살짝 비껴났다. 로맨스는 감성을 건드리고, 코믹한 요소는 무서운 장면속에서도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만든다. 무서운데 기본적인 정서가 따뜻해 일면 묘하다. 한데 모인 다양한 맛의 사탕들처럼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코믹 부분은 넓은 세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 김정태가 담당해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는 극 중 주인공 인수(강하늘)처럼 역시 귀신을 보는 인수의 삼촌으로 분해 주특기인 코믹 연기를 펼치는데, 무서운 장면이 지나가고 그가 등장하면 안도감이 배가된다. 
공포와 팽팽한 축을 이루는 다른 줄기는 로맨스다.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이 기억을 잃은 소녀 귀신을 만나 풋풋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 그간 한국 공포영화는 상대적으로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여성, 특히 어린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화 홍련'이나 '불신지옥' 같은 경우는 자매가 주인공이었다. 이런 점에서 남-녀 투톱 공포라는 점은 일면 신선하다.  
주인공 강하늘은 "'소녀괴담' 대본을 읽었을 대 영화 '늑대소년'과 '렛미인'이 생각났다. 단순한 공포가 아닌, 감성공포라는 장르에 끌려 선택하게 됐다"고 이 영화의 선택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학원물이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증명하고, 그간 한국영화계에서는 '고사:피의 중간고사'(2008), '분신사바'(2004) 처럼 성공을 거둔 공포물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 만큼 학원물과 공포는 굉장히 인접해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소녀괴담'은 여기에 퓨전 호러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더불어 외국 공포물에서 차용한 귀신들, 예를 들어 한국 공포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일본영화 '링'의 귀신 사다코의 그림자를 벗어난 것도 일면 의미있다. '학교에 떠도는 핏빛 마스크 괴담'에 얹은 연쇄 살인사건과 엉뚱한 토종 처녀 귀신의 등장, 그리고 공포영화의 명작 '캐리'의 오마주 장면 등이 새롭다.
영화는 여기에 사회 문제를 건드린다. 학원 폭력과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 학급 친구들의 연쇄 실종과 소녀귀신에 얽힌 비밀은 최근 세월호 참사라는 전국민적 비극을 겪은 우리에게 뜨끔한 메시지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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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괴담', '장화 홍련', '불신지옥'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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