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에서 통하고 싶다면 프로농구에서 익힌 잘못된 습관은 버려라!’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1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미국 브리검영 하와이대(이하 BYU)와의 평가전에서 59-72로 패했다. 전날 일본대표팀에게 65-68로 졌던 한국은 5차례 평가전을 3승 2패로 마무리했다. 평가전에서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 공격의 완성은 파울획득이 아니다

농구는 높이와 자리의 싸움이다. 먼저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한 뒤 가장 높이 솟구쳐야 득점할 확률이 높다. 또 리바운드를 점령해야 공격횟수를 늘리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골대 근처에서 전쟁터처럼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평가전에서 한국빅맨들은 일본의 다케우치 조지-코스케(206cm) 형제, BYU의 센터 조던 스톤(25, 208cm)에게 밀리는 양상이었다. 신장은 비슷했지만 체격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몸싸움에 대한 전투적인 마인드자체가 달랐다.
BYU선수들은 기회만 나면 무조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을 노렸다. 1차 속공이 좌절되면 골밑득점을 먼저 노린다. 골밑에 수비수가 버티고 있으면 먼저 몸을 부딪쳐서 밀고 올라갔다. 파울이 불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골대에 공을 넣고 본다. 심판이 파울로 추가 자유투를 주면 땡큐고 아니면 그만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 빅맨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제대로 골밑을 공략하지 못한다. 체격에서 밀리다보니 제대로 포스트업을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 공격다운 시도도 못해보고 외곽으로 공을 돌리기 바빴다. 아무리 우리나라 외곽슛이 정확해도 수비가 집중되면 확률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곽슛 의존은 가장 확률 높은 골밑공격을 포기하는 격이다.
한국 선수들은 골밑슛을 올라갈 때 신체접촉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만세’를 부르며 공을 놓는 경우가 많다. 액션이 커야 파울이 불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룰에서 웬만한 신체접촉은 묵인한다.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파울이 불리지 않으면 플레이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심판이 으레 파울을 불어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울이 나오지 않으면 또 불만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는 손해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심판이라도 모든 파울을 다 불어줄 수는 없다. 심판이 호각을 불기 전까지는 무조건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최근 국제농구는 몸싸움을 장려하는 추세다. 심판의 판정기준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다. ‘당신은 왜 이렇게 부느냐?’고 따질 이유가 없다. 우리도 똑같이 갚아주면 되는 것이다. BYU전을 마친 김종규는 “국제무대서 파울콜이 더 짜다. 내가 힘이 더 없기 때문에 몸싸움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프로농구 파울기준은 빨리 잊고 파워플레이어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 깐깐한 국제룰, 잘못된 습관 다 잡아낸다
한국의 공격이었다. 스크린을 돌아 나와 공중에서 공을 잡은 조성민은 투스텝을 먼저 밟은 뒤 드리블을 치기 시작했다. 이 때 국제심판은 여지없이 ‘트레블링’을 선언했다. 양희종은 드리블을 할 때 공을 옆구리에 끼웠다가 다시 쳤다. 심판은 ‘더블드리블’을 불었다. 선수들은 모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심판은 단호했다. 모두 흥행을 우선시한 프로농구에서는 묵인되는 잘못된 습관들이다.
유재학 감독은 훈련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평가전에 KBL 심판이 아닌 국제심판을 초청했다. 한국인이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심판들이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프로농구 판정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여기저기 허점이 발견됐다.
평가전 후 유재학 감독은 코트 위에서 심판을 상대로 직접 시범을 보이며 어떤 동작이 문제인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어 선수들이 직접 심판에게 동작을 보여주도록 했다. 심판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신도 몰랐던 습관을 알게 된 선수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유 감독은 “프로에서 웬만한 것은 안 분다. 스텝자체가 다르다. 국제룰에서는 점프스텝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선수들이 고치고 적응해야 한다. 국제룰에 적응할 만하면 또 프로리그가 열린다. 시즌이 끝나면 애써 고쳤던 습관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선수들이 노력해서 빨리 습관을 고치고 국제룰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모두 국제룰이 적용된다. 참가국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른다. 우리나라만 파울콜이 어쩌니 저쩌니 따지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아울러 프로농구의 관대한 판정기준은 온실 속 화초만 키운 격이 됐다. 이래서는 국제경쟁력 강화와 리그흥행에 모두 도움이 안 된다. 김영기 총재가 새로 취임한 KBL도 다시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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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