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태도로 다시 한 번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지난 3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새벽시간에 귀국했음에도 국민들과 취재진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 중 분노한 축구팬들은 홍 감독과 선수들에게 ‘엿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벨기에전이 끝난 뒤 홍 감독은 “좋은 경험을 했다. (사퇴문제는) 내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월드컵의 실패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공항에서도 홍 감독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월드컵 실패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홍명보 감독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한축구협회는 2일 “집행부 회의를 열어 홍명보 감독의 거취문제를 이번 주 내로 결정하겠다”는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집행부가 홍명보 감독의 동의 없이 그를 해임한다면 ‘경질’이 된다. 어차피 그를 경질할 것이라면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벨기에전 결과가 끝난 뒤 즉시 이뤄지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경질에 대한 변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집행부가 홍 감독을 연임하기로 결정한다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홍명보 감독이 계속 팀을 끌고 간다 해도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감독을 다시 신뢰할 수도 없는 문제다. 설령 홍명보 감독이 사퇴를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한축구협회는 ‘집행부에서 연임이 결정됐다’면서 홍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도록 다시 설득에 나서야 할까. 이래저래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는 모양새가 이어진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하지만 결정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결과에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다. 이러한 홍 감독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홍명보 감독 본인이 직접 나서 하루 빨리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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