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황당무계한 첫 만남 후 사랑, 지겹도록 듣고 본 이야기를 내세웠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진부한 이야기인데다가 시청률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MBC 수목드라마라는 점에서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시청률과 관계 없이 재밌는 이야기가 일단 끌린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통통 튀는 주인공들과 만화책을 보는 듯한 귀엽고 발랄한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는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 모르는 남자와 우연한 하룻밤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된 한 여자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한 남자의 예기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첫 방송은 부자인데다가 안하무인인 이건(장혁 분)과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자 김미영(장나라 분)의 운명 같은 첫 만남이 그려졌다. 서로 사랑하는 이성이 있는 두 남녀는 극과 극의 성격 대립 속에 향후 하룻밤을 보낸 후 갈등 속에 사랑이 꽃피워질 예정. 이 같은 이야기 구조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 질리도록 다뤄졌던 까닭에 전혀 새로울 것은 없었다.

다만 이 드라마는 이건이라는 인물에 생동감을 넣어 재미를 살렸다. 장혁은 독특한 어조로 코믹 카리스마를 입혔고 평범한 여자라는 설정의 미영과 대비되며 통통 튀게 표현됐다. 만화를 보는 듯한 코믹 설정이 쏟아지고, 각종 패러디와 유행어들이 녹아들어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가 완성됐다. 연출이나 극의 전개에 있어서 세련된 요소는 없었기에 다소 유치했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걸었다.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코믹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장혁의 연기 변신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12년 전 안방극장 대박을 터뜨린 장혁과 장나라의 조합이 뛰어나다는 강점이다. 이미 증명된 두 사람의 조합은 첫 방송부터 잘 어울렸다. 장혁의 코믹 연기를 받쳐주는 장나라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색채가 없어 더욱 끌리는 친근한 매력은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씩씩하고 발랄한 캐릭터에 있어서 독보적인 장나라의 연기는 아쉬운 구석이 없었다.
방송 전 다른 수목드라마와 견주어봤을 때 약체로 평가됐던 이 드라마는 일단 예상 외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순항을 했다. 드라마는 뚜껑이 열려야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방송가의 공식이 이번에도 어느 정도 증명된 듯 하다. 앞으로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와 KBS ‘조선총잡이’가 버티고 있는 수목드라마 시장에서 약체로 평가됐다가 강자로 올라서는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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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