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사대부 집안에 자유분방한 기질의 처녀가 시집을 왔다. 과연 옥동자를 낳을 수 있을까?
국내 고급 승용세단의 디젤 시대를 연 현대자동차 ‘그랜저 디젤’이 2일, 인천 송도 일대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갖고 그 성능을 드러냈다. 시승은 본 행사장인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을 출발해 MBC TV ‘무한도전’팀이 참가하면서 유명해진, ‘2014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의 주무대, 송도 도심 서킷을 거쳐 영종도 을왕리를 오가는 16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다양한 형질의 도로와 충분한 주행 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였고, 송도 도심 서킷에서는 그랜저 디젤의 순발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랜저 디젤’에 쏟아진 국내 미디어의 관심도 뜨거웠다. 수입 자동차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글로벌 프리미엄 디젤 세단에 맞설 대표주자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로서는 수입 디젤 세단이 눈엣가시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뛰어난 경제성과 고성능을 갖춘 차량들이 국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현대차는 크게 변해가는 시장의 트렌드를 무시할 수도 없었을 터. 1986년 최초 론칭해 국내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을 서둘러 내놓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랜저의 디젤 모델 출시가 ‘서둘러 성사시킨 혼사’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시승행사에서 “그랜저 디젤이 출시 됨으로써 그랜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LPG에 이은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디젤을 선호하는 고객 수요변화에 맞춰 디젤 모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랜저 디젤’은 디젤 세단으로 특별히 개발 된 차라기 보다는 기존 그랜저의 큰 뼈대에 하이브리드, LPG 처럼 다양한 엔진을 얹어 출시 된 모델이 되는 셈이다.
‘그랜저 디젤’이 시승에서 준 인상도 ‘뼛속 깊이 디젤 세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가솔린 가문에 정략적으로 시집오게 된 디젤 세단 같은 느낌이랄까? 좋게 보면 ‘가솔린 같이 부드러운 디젤 세단’이고 나쁘게 보면 ‘디젤의 장점을 제대로 못 살린 어정쩡한 세단’이다.
이 장단점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지는 소비자의 몫이 될 듯하다. 운전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그랜저 디젤’은 가솔린 뼈대의 안락함과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두루 갖춘 고급 세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디젤 엔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한 운전자에게는 만족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의 개발 콘셉트를 ‘프리미엄 감성을 품은 디젤 세단’으로 말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랜저 디젤’에서 가솔린 차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현대차의 개발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디젤 같지 않다’는 느낌은 가솔린 차체의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정숙성에서 나왔다. 굳이 디젤 모델임을 밝히지 않는다면 동승자는 별 의심 없이 가솔린 차량으로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다.
‘프리미엄 감성’을 중시한 ‘그랜저 디젤’은 폭발적인 반응력 보다는 은근한 가속성을 선택했다. 최대토크 45.0kg•m은 rpm 1800대에서 이미 발휘되기 시작해 2900rpm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최대 202마력(ps)에 달하는 출력은 1500에서 3000구간까지 rpm과 거의 정비례하면서 상승한다. 그랜저 디젤의 터보는 어느 지점에서 크게 폭발하지 않고 꾸준한 반응을 보이도록 세팅 됐다.

이 같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그랜저 디젤’의 심장은 싼타페, 맥스크루즈의 2.2리터 R엔진을 개선한 R2.2 E-VGT 클린 디젤 엔진이다.
연비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은 못 됐지만 좋은 조건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왔다. 30km 가량의 고속도로 구간을 시속 100km의 속도로 크루즈 운전했더니 17.2km/ℓ의 연비가 측정 됐다. ‘그랜저 디젤’의 공인 복합연비는 14.0km/ℓ이다.
눈에 띄는 안전장치로는 사각지대 차량이나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알려주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Blind Spot Detection)’,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넘었을 때 경보를 울리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이 있었다.
그러나 고급 세단에 흔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었고 ‘LF쏘나타’에는 있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크루즈 컨트롤 주행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은 적용 되지 않았다.

간결하게 디자인 된 센터페시아, 직관적으로 배치 된 각종 조절 스위치 등은 나무랄 데 없어 보였다.
그랜저 디젤 HG220 e-VGT의 가격은 프리미엄 모델이 3494만 원, 모던 모델이 3254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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