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일본과 또 비교 당하는 이상한 행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7.03 10: 26

홍명보 감독이 직접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축구협회는 '의리'를 선택했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이제야 분석한다.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준비하는 일본과 비교되는 행보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허정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홍명보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발표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 1무 2패로 16년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설득에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브라질 월드컵은 역대 최다 해외파 선수(17명)로 구성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원정 대회 16강 진출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승점 1점을 따내는데 그치며 조기 귀국했다.
홍명보 감독이 재신임을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 때까지 6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새로 사령탑을 뽑는 것은 시간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홍 감독 역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도 안 돼 월드컵을 치른 터라 성적 부진의 모든 책임을 홍 감독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내부적 판단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알베르토 자케로니(61) 감독이 떠나기 전부터 차기 감독에 대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자케로니 감독이 사퇴를 선언하자마자 곧바로 하비에르 아기레(56) 감독의 선임을 공식화해 사령탑 공백을 최소화했다.
또 다른 나라들도 문제점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많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굼뜬 행정은 축구협회에게 독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해야 하지만 여전히 축구협회는 주먹구구식 행정만 이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왔지만 축구협회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비록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빠른 대안을 가지고 임한다면 부진한 성적으로 가진 어려움을 빨리 타개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만 내놓고 있다. 성적을 내지 않은 홍명보 감독도 냉정한 판단을 받아야 하지만 축구협회는 불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 단장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허정무 부회장은 "많이 부담을 갖고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홍 감독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 모든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준비 상황이 흡족한 상황이 아니었다. 또 경기 내용도 만족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보고하며 증명할 것이다. 경기 결과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 분석이 우선이 아니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플랜들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국민들이나 언론이나 팬들의 의견이 여론화 됐다. 그래서 빠른 시일안에 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분석을 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모든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안이 없다고 강조한 축구협회는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4년 뒤 월드컵을 생각한다는 말조차 근시안적인 시선이다. 20년 뒤, 50년 뒤 한국 축구를 생각할 때 무엇이 가장 옳은 방향인지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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