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좌투수 신재웅(32)이 파이어볼러로 돌아왔다. 지난 1일 잠실 한화전에선 잠실구장 전광판에 149km를 찍으며 상대 타선을 압도,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6월 평균자책점 0.73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려 한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신재웅은 불펜투수보단 선발투수, 파이어볼러보다는 컨트롤 피처의 이미지가 강했다. 2012시즌과 2013시즌 후반기 선발투수로 LG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초중반대였는데 상대 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는 절묘한 코너워크가 뛰어났다. 변화구로는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를 구사, 셋 중 그날 컨디션에 따라 가장 잘 먹히는 구종을 던졌다.
그런데 올 시즌 구속이 올라갔다. 신재웅 스스로도 “최고 구속을 기준으로 2, 3km는 늘어난 것 같다. 시즌 초반부터 구속이 잘 나왔는데 최근에는 꾸준히 경기에 나가다보니까 유지되고 제구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케이션과 14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이 조화를 이루자 상대 타자에겐 공포 그 자체다. 6월부터 피안타율 1할6푼7리·경기당 탈삼진 8.10개·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3, 숫자들이 신재웅의 구위를 증명한다.

승운도 따르고 있다. LG는 신재웅이 불펜 등판하면 타선이 점수를 뽑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만들었다. 지난 1일에도 11회초 신재웅이 무실점으로 막고, 11회말 오지환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신재웅은 “솔직히 신기하다. 2사 1루가 점수나기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는데 점수가 났다.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웃었다. 당일 경기 후 양상문 감독도 “재웅이를 낼 때 재웅이가 나오면 승리하는 좋은 징크스를 의식했다”고 밝혔다.
2005년 LG 입단 당시 신재웅은 좌완 파이어볼러 투수였다. 1년차부터 1군 무대를 밟은 신재웅은 140km 후반대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특급 유망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06년 어깨 부상이 찾아왔고,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오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어깨 부상이 야구선수 신재웅을 막지는 못했다. 그런데 강속구까지 되찾는 것은 무리라고 보였다.
신재웅은 “신인 때도 이정도 구속은 찍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때는 어려서 빠르게 던지려고만 했었다. 투구 밸런스나 공 움직임은 지금이 훨씬 좋다”며 “강상수 코치님의 지도로 릴리스 포인트를 길게, 끝까지 가서 공을 놓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팔도 잘 나온다”고 8년 만에 구위를 되찾은 비결을 이야기했다.
공이 좋은 만큼, 자연스레 선발 욕심이 날 만하다. 스프링캠프서도 신재웅은 선발 자원으로 분류,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했고, 5월 1일과 5월 7일 이미 두 차례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신재웅은 “지금 보직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신재웅은 “불펜투수로서 어떻게 몸을 풀고 경기를 준비하는지도 하나씩 익혀가고 있다. 불펜에서 던져도 좋고, 선발로 가도 좋다. 보직은 감독님의 선택대로 가겠다”며 보직에 관계 없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자리를 가리지 않는 신재웅은 양상문 감독이 지닌 최고의 조커 카드다. 양 감독은 “재웅이는 선발 경험이 있는 만큼, 언제든 선발진에 들어갈 수 있다”며 “후반기부터 선발진에 갈 수도 있고, 이상열이 복귀해서 불펜에 좌투수가 늘어나면 선발로 갈 수도 있다. 일단은 지금 우리 불펜진의 균형이 잘 맞아가고 있기 때문에 재웅이를 불펜에서 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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