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안보겸 인턴기자] 원조 로코퀸 장나라가 돌아왔다. 2000년대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 등에서 온갖 시련을 꿋꿋하고 밝게 극복하는 '캔디'같은 여주인공으로 분하며 전국민적 인기를 얻었더랬다. 한동안은 '로코퀸=장나라'라는 공식이 절대불변의 법칙으로 통용됐었고, 이 인기는 한국을 넘어 중국에까지 전해졌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한국활동에는 좀 무심했던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KBS '동안미녀'로 조심스레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리더니 지난해엔 KBS '학교 2013'에서 열혈교사 역을 맡으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주전공인 '로맨틱 코미디'를 들고 힘차게 시청자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장나라는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에서 모든 이가 만만하게 보는 어리바리한 평범녀 '미영'으로 분해 어딘가 2% 부족한 귀여움을 선보였다.

미영은 첫 등장부터 어리바리하지만 해맑은 미소로 귀여운 매력을 뽐냈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등장한 그는 양 손에 커피 트레이를 다부지게 쥐고 헐레벌떡 뛰어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거침없이 다리를 넣었다. 만원 엘리베이터에 타며 "죄송합니다"라고 해맑게 인사했던 그에게서 묘한 백치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미영의 이런 매력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는 게 맞을 거다. 미영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온갖 잡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심부름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복사업무부터 쓰레기 버리기까지 사무실의 자질구레한 일들은 모두 미영의 차지였다. 미영은 자신을 ‘포스트잇’에 비유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포스트잇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다 쓰고 나면 쉽게 버릴 수도, 잊을 수 있는 쉬운 존재에요. 제가 바로 그 포스트잇이에요"라는 미영의 독백은 가슴 한켠을 찡하게 했다.
남의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그는 동료직원의 딸 '사탕 심부름'까지 맡게 됐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캔디샵에 들렀던 그는 위험에 처할 뻔 한 어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다 이건(장혁 분)과 부딪히며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이 장면에서 미영은 자신 때문에 반지를 잃어버린 이건을 위해 한 몸 바쳐 반지 사수에 열을 올리며 다시 한 번 어리바리한 매력을 뽐냈다.
이렇게 하루하루 평범하면서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예상치 못 했던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마카오 고급 리조트 숙박권' 당첨. 회사에서 실시한 행운 추첨권 행사에서 운좋게 표를 얻게 된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 고민한다. 이런 그에게 회사 동료 민 변호사(김영훈 분)가 다가온다. 회사 서무인 미영에게 민 변호사는 과분한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모습으로 미영에게 잘해주고, 둘은 급속도로 애인 사이가 됐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미영에게 쉽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 민 변호사는 진정으로 미영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마카오 여행 겸 만만했던 미영에게 접근했던 것.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미영은 가슴 설레하며 행복해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런 미영이 안쓰러웠는지 행운의 여신은 다시 한 번 미영에게 운명의 기회를 선물한다. 마카오 리조트를 돌아다니던 미영은 이건과의 운명적인 두 번째 만남을 갖는다. 우연히 이건의 프로포즈 연습을 엿듣게 됐고,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그는 혼자 행복해 한다. 그러나 눈치 없이 나온 재채기 때문에 이건 몰래 엿들은 사실이 들통날 뻔했고, 그는 급하게 자신의 몸을 숨기며 기침을 막기 위해 분수에 떠다니던 물병을 들어 그 안에 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 장면을 끝으로 극은 마무리 됐다.
주위로부터 온갖 구박은 다 받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 속 여자주인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장나라'였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첫 방송만으로도 증명했다. 적당히 촌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여자주인공의 매력을 잘 표현했고, 이는 부담스럽지 않게 귀여워 눈길을 끌었다.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장혁과의 12년 만의 재회로 다시 한 번 '로코퀸'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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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