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 亞 보는 한국, 4년 후 세계 보는 일본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7.03 13: 05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은 4년 뒤 세계 축구의 주류가 되길 원하지만, 한국은 1년 뒤 아시아 정상을 원하고 있다. 행보부터 시작해 목표의 크기까지 다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의 유임이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전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명보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의 유임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런 감독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 패해 본 사람이 승리할 방법도 알고 있다.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감독이 될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만 했다.

대안이 없어서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는 "대안이 없어서 홍명보 감독을 재신임 했다는 것은 말하기 어렵다. 인재풀을 찾아봐야 한다. 그 부분에 대안을 급박하게 찾아야 한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나가는 정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웃나라 일본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후 모습은 천지차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설득해서 다시 감독 자리에 앉혔고, 일본은 새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과 협상에 들어갔다.
16강 탈락이 결정되고 1주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감독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는 것은 일본이 이미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경우의 수에 대한 대안을 세웠다는 뜻이다. 16강 탈락 후에서야 생각을 하는 한국의 행보와 전혀 다르다. 허 부회장의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감독이 될 것이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계획없이 기대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참가한다. 아시안컵까지 새 감독이 현재 선수들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일본은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했다. 월드컵에서 세계의 벽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2011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으로서는 월드컵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6개월 뒤의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4년 뒤의 월드컵에 초점을 맞췄다.
허정무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플랜들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비롯해 최강희 감독의 시한부 선임 등은 모두 단기적인 계획에 불과했다. 이번 결정도 마찬가지다. 대한축구협회는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이번에도 6개월 뒤만 보는 근시안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개월 후의 아시아를 바라보는 한국과 4년 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일본, 목표 자체가 다른 두 국가가 과연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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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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