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뽑는' A대표팀, 감독에게는 성장 위한 경험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7.03 15: 04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감독이 될 것이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최고의 기량이 필요하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대표팀 선수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든 선수들은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받으면서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최고의 선수를 지휘하는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대표팀 감독직은 해당 축구협회에서 평가하는 최고의 감독을 선임하는 자리다. 감독이 지닌 전술과 리더십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선수들을 뭉쳐서 대륙별 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직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허정무 부회장은 3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재신임 발표 현장에서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런 감독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 패해 본 사람이 승리할 방법도 알고 있다.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감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고의 감독이 선임돼야 할 대표팀 감독 자리가 그저 홍명보 감독의 성장을 위한 자리가 된 셈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이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지만, '과거에 잘했다'는 이유를 바탕으로 최악의 성적을 거름 삼아 감독이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그렇다면 대표팀도 감독의 성장처럼 선수의 성장을 위해 운영됐을까. 아니다. 대표팀은 선수들의 성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좋은 경기력을 보이거나 혹은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이 뽑혔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선수의 성장을 위해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뽑힌 것은 아니다.
허정무 부회장의 발언은 대한축구협회가 아직 최고 수준이 아닌 감독을 감독직에 앉혔다고 인정한 셈이다. 월드컵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감독의 지도 하에 좋은 모습을 보이길 바라던 국민들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감독 개인의 성장을 위해 대표팀을 희생해야 할까. 그리고 그 경험터는 대표팀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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