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돌아온 후 한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한 말은 "대안이 없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4 브라질 월드컵서 1무 2패로 16년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설득에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겸허히 수용하겠다.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유임 결정을 밝혔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홍명보 감독에 대해 축구협회는 여론의 눈치를 보다 급박하게 기자회견을 추진했다. 언론에서 사퇴설, 경질설, 그리고 유임설까지 골고루 제기되자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하고 3일 오전 곧바로 재신임을 발표했다. 예상 그대로의 결과였다. 많은 취재진들이 "대안이 없어 홍 감독을 재신임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다.
한국 축구팬들, 더 나아가 한국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고 또 지켜보는 과정에서 "대안이 없다"는 말을 무수하게 들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된 후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주영(29)을 대표팀에 선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원톱 스트라이커의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꿋꿋이 그를 발탁했다. 몇 차례의 평가전과 전지훈련을 통해 여러 선수들을 시험했으나 그 때마다 원톱 자원에 만족스러운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박주영 카드를 밀어붙였다. 홍 감독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고집하면서 내세운 변명은 "대안이 없다"였다.
축구협회의 행보도 비슷하다. 홍 감독 본인은 감독 선임 때부터 줄곧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논란의 중심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이 불거졌을 때도 홍 감독은 결과론에 힘을 실었다. 지금 그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결과로 답하겠다는 것은 홍 감독이 지킨 몇 안되는 소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는 소신까지 변명의 늪에 함께 묻어버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 부회장은 "처음 홍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대안이 없어서 막무가내로 선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부정하면서도 "인재풀을 찾아봐야 한다. 그 부분에 대안을 급박하게 찾아야 한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나가는 정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변명을 이어갔다.
"대안이 없다"던 박주영은 2경기서 슈팅 1개만을 기록하고 쓸쓸하게 도중에 교체됐다. 오히려 홍 감독이 박주영의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K리그의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이 더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공격을 이끌었다. 적어도 2경기 슈팅 1개의 박주영보다는 확실한 '대안'이었던 셈이다. 축구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홍 감독을 끌어안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대안은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대안을 찾아볼 생각이 없는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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