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연장전에 한해 교체카드를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이르면 2015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 리버풀 감독이자 현 FIFA 기술위원회 위원인 제라드 훌리에는 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정규시간 내에 체력이 고갈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라면서 “그래서 교체카드를 4장으로 늘리는 것은 향후 미래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관통하는 특징 중 하나는 압박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어 왔으며 각 감독들과 리그 사정에 맞게 수정되고 발전되어 왔다. 압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활동량이 필요하다.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처럼 엄청난 기동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한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자연히 경기 속도는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이런 빠른 축구를 장려하기 위해 FIFA는 연장전에 돌입하는 경기에 한해 4장의 교체카드를 쓰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규시간에는 3장의 기존 방식이 유지되지만 연장전에 돌입하는 순간 각 팀 벤치는 1장의 카드를 더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골든골과 실버골 제도가 도입됐을 당시에도 ‘연장 30분’ 제도를 고수했던 독일의 DFB포칼(독일컵)에서는 교체카드 4장 방안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장의 교체카드를 더 사용할 수 있다면 연장전에서도 좀 더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연장전에는 대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예민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체력이 있는 양 팀의 두 선수가 경기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기에 더 많은 득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승부차기를 피하기 위해 득점을 노리는 전략이 많아질 수 있고 공격 자원들이 먼저 선택을 받을 공산이 높아진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벌써 28골의 ‘조커골’(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터뜨린 골)이 터진 것도 FIFA의 이런 구상에 탄력을 붙인다. 이는 조커골이 가장 많았던 2006년(23골) 기록을 이미 뛰어넘는 것이며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15골에 비하면 배에 가까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FIFA는 골이 많이 터지는 것을 원한다. 아무래도 흥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체카드 한 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재미를 본 FIFA는 이 구상을 내년 5월 30일 취리히에서 열릴 FIFA 총회 때 결정짓는다는 방침이다. 강팀이 더 득을 볼 수 있다는 의견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어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방면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신기술 등에 좀 더 유연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FIFA가 수십년간 이어진 교체 규정에도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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