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배우로서 이제 시작하는 기분..정체성 찾아갈래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7.03 15: 27

드라마 '궁', 영화 '결혼전야'에서 보여줬던 로맨틱한 모습도 아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코믹한 모습도 아니다. 배우 주지훈은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 극, '좋은 친구들'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 인철을 연기해냈다. 화를 낼 땐 화를 내고 웃길 땐 배꼽 잡고 마구 웃고, 울어야 할 땐 눈치 보지 않고 우는, 우리네 모습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가 이렇게 리얼리티 넘치는 인물을 연기한 것은 처음. 또 한 번의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이유를 물으니 대뜸 본인은 변신한 게 아니란다. 변신한 것이 아니면 뭘까. 자신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을 끌어올린 것 뿐이란다.
"변신한 거 아니에요(웃음). 개인적으로 변신하려고 한 적은 없어요. 그저 작품과 캐릭터에 따라 변화하는 거고 거기에 순응해 가는 거죠. 제가 변신을 하고 싶다 생각하고 그런 목적으로 작품을 하게 된다면 그때 변신이라고 밝힐게요. 지금까지는 그저 감독님들이 저의 이런저런 부분을 가져다 쓰신 거에요. 이 작품은 저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가져다 쓴 거죠."

본인은 아니라 하지만, 주지훈은 변화무쌍한 길을 걸어왔다. 데뷔작 '궁'을 시작으로 '마왕',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 '나는 왕이로소이다', '다섯 손가락', '메디컬탑팀' 등. 찬찬히 살펴보면 작품 속 그의 캐릭터는 매우 다채롭다. 본인 스스로도 "겹치는 장르가 없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 이 때문일까. 본인 표현에 의하면 주지훈은 '몇년 째 재발견' 중이다. "이제 좀 믿어주세요!"라고 외치면서도 그 '몇년 째 재발견'에 담긴 '긍정'의 뜻을 알기에 싱글벙글이다.
 
"제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개인적으로 이제 스타트라인에 선 기분이에요. 배우는 40살이 스타트라인이라고 선배님들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공감이 가요. 돌이켜 생각보면 저는 아주 고어 같은 특정 장르 말고는 안 한게 없어요. 저는 그간 내 레일을 펼쳐왔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레일을 넓혀왔죠.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일부러 이렇게 안 겹치려고 계획해서 한 건 아니였는데(웃음). 전 원래 계획을 짜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웃음)."
배우로서 '다채롭다'는 의미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하지만, 혹여 '색깔이 없다'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로맨스 장르에는 누구, 액션 장르엔 누구, 이렇게 한 장르를 대표할 만한 배우들이 탄생하는 요즘, 주지훈은 거기에 대한 욕심은 없는 걸까. 본인의 의지로 될 일도 아니라며 자신은 그저 '주지훈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단다.
"어떤 장르의 대표 배우가 된다는 건 제가 하고 싶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흐름이라는 게 작용하기 때문에 제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죠. 대신 저는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작품 외적으로 저 사람은 저런 아이덴티티가 있어,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은 그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웃음). 앞으로는 지금처럼 충실히 삶을 살고 느끼는 것들이 응축이 돼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 나빠서가 아니고 하고 싶지 않은데 굳이 하는 것 말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죠. 관객분들과 소통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이제 개봉을 앞둔 '좋은 친구들'이 흥행에 성공, 자신의 대표 필모그래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은 있을 터. 흥행에 대한 욕심을 물으니 흥행은 해야 하지만, 흥행만 하는 건 싫다고 했다. 그 미묘한 차이에는 '소통'이 존재했다. 관객과 소통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흥행을 하고 싶단다.
"저는 저희 영화가 흥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흥행만 하는 건 바라진 않아요. 영화나 미디어 매체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이윤 창출을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것임을 알죠.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소통을 하고 싶어서 만드는 거에요. 왜 흥행을 바라지 않겠어요. 이 이야기가 좋고 공감가니까 이 이야기를 관객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죠. 그런 개념으로 흥행을 하고 싶은 거에요. 소통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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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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