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친구들' 男쓰리톱, '신세계'에 대적할 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7.03 17: 24

영화 '좋은 친구들'(이도윤 감독)은 남자 셋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다. 한 순간의 실수가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잘못된 판단의 결과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몸부림치는 세 친구의 모습이 관객에게 강한 감정 몰입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의 역할을 넘어 세 사람이 나누고 더하는 화학작용이 이 장르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극 중 지성은 극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진실을 쫓는 현태 역을 맡았고, 주지훈은 의리도 야망도 지키고 싶었던 인철을 연기한다. 이광수는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 민수로 분했다.

영화는 전형적인 남자 '쓰리 톱' 구조다.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쓰리톱 영화는 일정 정도 비슷한 양상을 띈다. 극을 이끌며 중심을 잡아주는 비교적 차분한 주인공, 그 옆에서 팔딱 팔딱 날라다니는, 어찌보면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 그리고 이들의 주변에 있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 명.
이들 세 명은 서로 각자 갖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 구조가 단선적이지 않다. 세 명이 나름 대립각을 세우기 때문에 확실한 이분법적 사고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도 없다. 캐릭터의 삼각구도는 남남, 혹은 남녀 투톱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잘 만들면 굉장히 입체적인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대표적인 '쓰리톱' 영화로 꼽히는 작품들에는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정우성-송강호-이병헌), 2010년 '부당거래'(황정민-류승범-유해진), 2011년 '의뢰인'(하정우-장혁-박희순), 2011년 '고지전'(고수-신하균-이제훈) 등이 있었다. 이렇게 남자배우 셋이 모인 영화는 승률이 좋아 흥행 코드라고 불리기도 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끌고 호응이 높았던 쓰리톱 영화는 영화 '신세계'의 이정재, 황정민, 최민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정재가 중심에서 극을 이끌면서도 힘을 잃지 않았고 황정민이 전에 본 적 없는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홀렸다. 그리고 최민식은 본인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이런 영화에서 잘 해도 안 보일 수 있는, 다소 억울한(?) 캐릭터가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두 명에 비해 자칫 밋밋하고 개성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친구들'에서 지성은 이 역할을 묵묵하게 잘 소화해냈다. 본인 특유의 순한 얼굴과그러면서도 강단 있는 느낌이 양 옆의 주지훈과 이광수를 보완했다.
영화에서 단 번에 가장 돋보이는 이는 주지훈이다. 주지훈에게는 '생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인철은 내면에 야망이 들끓고 야비하지만 미워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길고 마른 몸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 인철 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불꽃같고 폭풍같고 쉴새없이 파닥거린다.
민수로 분한 이광수는 어떤 면에서는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일수도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은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해 내 온 연기자지만, 이번처럼 보는 이를 아프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극에 휘말려 고통받으며 뚝뚝 눈물을 흘리는 이광수는 관객에게 배우 이광수를 환기시킨다.
대결, 조합, 충돌, 그리고 시너지. 전혀 다른 영화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하지만 '신세계'의 쓰리톱 향취가 '좋은 친구들'에서도 느껴진다. 보다 젊은 조합이라는 것은 40대 이상 배우들이 톱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현 영화계에서 일면 고무적인 모습이다. 청소년 관람불가.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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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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