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 없다. 대대적인 투자에도 순위는 9위 제자리걸음이다.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한화는 지난 1~3일 LG와 잠실 원정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진 9위 한화는 8위 SK와 격차가 5경기가 됐다. 올 시즌 가장 큰 차이로 최하위에 떨어져 9위 자리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2년 연속 9위 굴욕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2012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가 된다.
이 기간 동안 한화는 많이 달라졌다. 2009~2010년 최하위를 할 때만 하더라도 한화는 투자를 하지 않는 구단으로 악명 높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소 인원만 뽑았고, 2군 전용 훈련장도 없었다. 특급 FA 및 수준급 외국인선수 영입에도 소극적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와 함께 세대교체 실패로 추락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2011년 새로운 경영진으로 바뀐 후 한화는 거의 매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군 전용 훈련장을 서산에 마련했고, 드래프트 뿐만 아니라 신고선수까지 매해 가장 많은 신인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형 FA에 현역 메이저리거까지 외국인선수로 데려오는 등 경영진에서는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FA 시장에서 정근우(70억원)-이용규(67억원) 영입에 총액 137억원을 투자했고, 미네소타 트윈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던 앤드류 앨버스를 공식 몸값 80만 달러에 데려왔다. 이적료까지 포함하면 훨씬 비싼 금액이다.
이렇게 투자했는데도 성적이 전혀 오르지 않으니 허무할 지경이다. 4일 현재 한화는 23승45패1무 승률 3할3푼8리로 압도적 9위에 머물러있다. 창단 첫 해였던 1986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던 지난해 팀 승률(.331)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대대적인 투자에도 성적이 그대로라면 미스테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화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투수력이 꼽힌다. 한 야구 전문가는 "결국 투수력이다. 한화가 FA로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한 건 잘했지만 투수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 겨울 FA 시장에서 수준급 투수 2명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성적 상승은 무조건 투수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화를 보면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을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복되는 타자 자원을 과감히 트레이드 해서라도 투수력을 보강해야 한다.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얻을 게 있다"고 조언했다. 포지션과 역할이 겹치는 선수들을 그나마 가치 있을 때 투수와 바꾸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투수 뿐만 아니라 수비도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수비에서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반복돼 가뜩이나 약한 투수력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화에서 뛴 외국인 투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 보란듯 잘 던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화 외국인 투수가 다른 팀에서 던지면 확실히 나을 것"이라는 말이 야구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 한 번 실책이 나오면 팀 전체에 전염병처럼 번지는 것이 몇 년째 반복된다.
코칭스태프 지도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비판받는 이는 김응룡 감독이다. 경기를 운용하고 시즌 전체를 그리는 데 있어 100% 전력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성급한 투수 운용과 부상 선수 관리에 선수단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못하다. 올해마저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한화는 2009년 이후 6년 사이 5번이나 최하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3명이나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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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