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믿지만 국민은 믿지 않는 홍명보 감독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04 06: 25

과연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지휘할 자격이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4 브라질 월드컵서 1무 2패로 16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홍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은 본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회장님께서는 앞으로 한국 축구을 위해서 노력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퇴를 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을 다시 붙잡아 앉혔다는 말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의견이 홍 감독의 유임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물은 국가대표팀을 맡을 자격이 없다. 가장 중요한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성적표를 받은 감독이 잘리지 않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민심을 잃었다. 특정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저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선수를 보면서 국민들은 선수선발의 공정성을 의심했다. 월드컵에서의 처참한 결과도 화가 나지만, 홍명보식 ‘의리 축구’에 질린 팬들은 그의 경질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재신임으로 홍명보 감독은 제자리를 지켰다. 높으신 분들의 결정은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허정무 부회장은 “이 시점에서 누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나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아프기는 한국축구의 몰락을 지켜본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한 사람 중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의 주된 실패이유로 ‘준비부족’을 꼽고 있다. 1년에 걸쳐 준비한 월드컵에서 홍 감독은 이미 처절하게 실패했다. 주위의 조언은 새겨듣지 않았다. 홍 감독이 남은 6개월 동안 준비한다고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또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홍명보 감독이 설령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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