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마지막 반등 희망을 키우고 있다. LG는 3일 잠실 한화전서 5-4로 역전승, 시즌 첫 스윕과 4연승을 모두 달성하면서 7위로 상승했다. 이로써 LG는 지난 4월 12일 이후 83일 만에 7위가 됐다.
물론 순위는 의미가 없다. LG가 바라봐야 할 곳은 세 계단 위에 있다. 양상문 감독 또한 3일 경기 승리 후 “첫 4연승이지만, 순위 등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처음 감독 부임할 때 말했던 것처럼, 한 발 한 발 매 경기를 중요하게 여기며 풀어나가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은 낮다. 양 감독도 지난 6월 6일부터 오는 7월 10일까지 30경기를 보내고 난 후 남은 시즌의 방향을 결정할 생각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 6월 3일 리빌딩을 결정하는 시점에 대해 “앞으로 한 달은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일단 다음 휴식기까지 치러지는 30경기서 좋은 경기를 펼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30경기 종착역에 닿지는 않았으나, 30경기 중 23경기(우천취소 한 경기 제외)를 치르는 동안 LG는 13승 10패, 3경기를 벌었다. 30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LG의 성적이 17승 31패 1무. 5할 승률 ‘-14’였던 것을 생각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남은 6경기서 더 많은 승리를 챙겨야만 한다. 그런데 6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최상의 경우라 해도 5할 승률에 5경기가 모자란 상태다. 사실상 30경기서 반등을 이루는 것은 힘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서 외국인타자를 교체할 수 있게 됐다. 양 감독은 지난 1일 경기 후 “눈여겨봤던 외국인타자가 갑작스럽게 메이저리그 팀에서 방출이 됐다. 무엇보다 본인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곧 우리 팀에 합류할 것이다”며 기량향상을 위해 2군에 내렸던 조쉬 벨의 교체를 알렸다. 이는 즉, 리빌딩 결정 시점을 뒤로 미뤘다고 할 수 있다.
양 감독이 밝힌 새 외국인타자는 좌투좌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2)다. 스나이더는 2003년 드래프트 1라운드서 클리블랜드에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지명순위에 비해 성장세가 빠르지 않았고, 좀처럼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난겨울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스나이더는 올 시즌 텍사스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10경기서 타율 1할6푼7리 2홈런 3타점 OPS .665를 기록한 후 6월 25일 방출통보를 받았다. 컵스 소속으로 빅리그를 경험했던 2010시즌, 2011시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컨택 능력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서도 패배로 직결된 에러를 저지르며 텍사스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는 메이저리거 꿈을 보류한 채 한국 무대를 선택했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의 타격과 수비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본 소감으로 “배트스피드는 확실히 빨라 보였다”며 “수비는 1루수도 볼 수 있는데 1루가 익숙한 것 같지는 않은 듯했다. 우리 팀에 온 후에는 아마 1루를 보는 것보다는 외야 세 자리를 두루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양 감독은 “어차피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들이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비 위치는 이들에 맞춰서 넣으면 된다”고 스나이더의 기용 방향을 이야기했다.
스나이더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0경기 타율 1할6푼7리(66타수 11안타) 2홈런 8타점이다. 마이너리그서 12시즌을 보낸 통산 성적은 1246경기 타율 2할8푼5리(4458타수 1272안타) 185홈런 743타점, 출루율 3할5푼8리다. 올해 텍사스로 콜업되기 전에는 텍사스 산하 트리플A 팀인 라운드락에서 뛰었는데 61경기 타율 2할8푼4리 18홈런 5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사실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현재 한국에 있는 외국인타자들만 봐도 메이저리그, 혹은 마이너리그 성적이 한국무대 활약과 절대 비례한다고 할 수 없다. 외국인타자 중 가장 높은 OPS(1.123)을 찍고 있는 롯데의 루이스 히메네스는 메이저리그 출장 경험은 단 7경기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5푼9리(17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삼성 선두 질주의 큰 몫을 하고 있는 야마이코 나바로도 그렇다. 나바로는 2010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후 4년 동안 한 시즌 평균 20경기 이하 소화하며 네 번이나 팀을 옮긴 뛴 저니맨이었다.
LG에 있어 최상의 경우는 스나이더가 히메네스와 같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야만 향상된 타선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로부터 “배트 스피드가 느리고 땅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스윙궤적이다”고 지적받았던 조쉬 벨과 달리 스나이더는 타격 메커니즘부터 LG 코칭스태프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스나이더의 장타력이 상대 전력분식 미흡과 맞물려 폭발한다면, LG 타선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양 감독 역시 “새 외국인타자가 오자마자 좀 쳐준다면 분위기가 크게 오를 것 같다”며 “점점 우리 팀의 투타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 다른 팀 투수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에 반해 우리는 불펜 소모도 덜한 편이다”고 스나이더가 합류 시점부터 맹타를 휘두르면, LG 타격 전체가 살아날 것이라 봤다. 이어 양 감독은 “어느 팀이든 한 시즌에 한 번은 치고 올라가는 시기가 온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올라가는 시기가 한 번은 올 것이다”고 중위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LG는 올 시즌 72경기 째를 치른 3일까지 팀 타율 2할7푼6리 팀 OPS .754를 마크, 이 부문 9개 구단 최하위에 있다. 심지어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지난해 팀 타율이 올해 팀 타율보다 높다. 타고투저를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LG 타선이 스나이더의 가세로 극적 반전을 이룰지, 그리고 LG 팀 전체의 기적까지 이어질지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지난 3일 국내에 입국한 스나이더는 빠르면 다음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3연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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