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최근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5위로 떨어진 것은 물론 6위 KIA와도 승차가 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4위 롯데가 주중에 넥센을 만나 스윕을 당했음에도 4위와는 여전히 2경기 차이가 있다. 공동 2위인 NC, 넥센과는 이미 7.5경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추월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것은 롯데가 차지하고 있는 4위 자리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 선두 삼성을 만난다는 것은 큰 악재다. 1경기가 우천 순연되기는 했지만 두산은 광주에서 경기를 치르고 잠실로 돌아온 반면, 삼성은 4일 쉬고 난 상태기 때문에 야수들의 체력이 회복되어 있다. 그리고 윤성환을 필두로 상위 선발투수 3명을 두산전에 투입할 수 있다.

두산이 믿는 것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인 동시에 삼성 킬러다. 올해 역시 3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35로 좋았다. 8승 3패, 평균자책점 3.32로 토종 평균자책점 1위인 윤성환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삼성 앞에 선 니퍼트는 항상 에이스 그 이상이었다. 올해 리그 첫 완투승 역시 니퍼트가 5월 10일에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로 9이닝 5피안타 2실점하며 만든 것이다.
반전이 필요하다면 마땅히 에이스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분명 난적이지만, 이번에도 니퍼트가 삼성 타선을 제압해줄 수 있다면 두산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분위기 반전 카드가 없다. 노경은이 살아나고 있고, 다소 아쉬운 면을 남기기도 했지만 유희관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를 해준 것을 감안하면 니퍼트의 호투는 선발진 전체의 분발로 이어지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니퍼트가 부진하면 다른 투수들의 부담도 가중된다. 니퍼트 이후 삼성과의 2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크리스 볼스테드와 노경은도 니퍼트가 시리즈 첫 경기에서 패한다면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를 당하고 있는 볼스테드에게는 치명적이다.
현재 팀이 처한 상황이나 4, 6위와의 승차는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니퍼트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항상 중요할 때면 나타나 팀을 구하는 것이 에이스다. 위기의 두산이 니퍼트에게 기대하는 것 또한 바로 그런 모습이다. 니퍼트가 삼성 킬러의 명성을 재확인시키며 분위기 반전의 출발점이 될지, 6월부터 이어진 투타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끊지 못하고 폭탄을 다음 선수에게 넘겨주게 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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