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리그 정상급 좌투수로 활약했던 LG 양상문 감독은 투수에 관해선 손에 꼽히는 지도자다. 양 감독은 현역 은퇴 후 감독·투수코치·해설위원 등으로 꾸준히 현장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투수들을 지켜봤다. 양 감독이 LG에 온 후 부쩍 좋아진 코리 리오단·정찬헌·신재웅 등만 봐도 양 감독의 지도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시선은 1군 선수들에게 머무르고 있지 않다. 양 감독은 더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 2일 “내가 감독으로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만의 투수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싶다. 나 다음 감독으로 누가와도, ‘투수 쪽은 정말 잘 되어 있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며 투수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밝혔다.
이후 지난 3일 양 감독은 투수시스템을 1·2군 전체로 확장하고, 유망주 투수 육성 매뉴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양 감독은 “신인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매뉴얼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며 “일단 지금은 구상을 하고 있는 단계지만, 어느 정도 틀은 갖춘 채 2군을 돌리고 있다. 예를 들면, 투구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투수들은 직구만 던지게 한다든지, 변화구에 대한 감이 약한 투수는 변화구만 던지게 하는 식이다. 향후 보직별로 좀 더 세분화하는 것도 고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신인 좌투수 임지섭이 이러한 육성 시스템 속에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양 감독은 “지섭이를 올 시즌에 올릴 계획은 없다. 기본부터 하나씩 기르치고 있다”며 “그야말로 1부터 다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쉬운 예로 지금 지섭이는 직구만 던지고 있는 상태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지섭이는 군입대 계획도 잡지 않으려고 한다. 가능하면 만들어 놓을 때까지 가보고 싶다”고 임지섭을 수준급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지난해 LG에 1차 지명된 임지섭은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인 3월 30일 잠실 두산전서 깜짝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불과 2달 전 고등학생인 선수가 데뷔전부터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임지섭은 3경기 평균자책점 9.31로 부진했고, 5월 1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5월 11일 LG 사령탑에 오른 양 감독은 임지섭을 두고 “하드웨어가 좋은 선수다. 하지만 당장 1군 전력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구력을 잡는다고 강한 공을 포기하면 안 된다. 강한 공을 제대로 던지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임지섭에게 시간을 둘 것을 이미 이야기했다.
현재 LG 2, 3군에는 임지섭 외에도 좋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 재활군에 있는 이형종을 비롯해 배민관 유원석 최동환 한희 신동훈 이범준 등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자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입단 당시 임지섭처럼 크게 주목받았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긴 시간 동안 1군에서 멀어진 상태다. 하지만 LG가 진정한 투수왕국이 되려면 이들 중 하나둘씩 1군 무대로 올라와야 한다.
양 감독은 투수들의 훈련 방법뿐이 아닌 투수들의 심리상태도 관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양 감독은 “선수 스스로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현재 구리에 집이 있는 강 코치가 2군이나 재활군에 있는 투수들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구리에 있는 투수들을 잘 관리할 뜻을 드러냈다.
사실 LG 투수시스템이 확실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오는 8월 구리에서 이천으로 옮기는 최신식 2군 시설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양 감독은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 넣어뒀다. 다른 구단처럼 2군을 경쟁시켜 한정된 인원만 2군 기숙사에 숙박시킬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천 최고 시설과 양 감독의 구상이 완벽히 맞물릴 때, LG는 진정한 투수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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