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예상 보다 더 재밌다. 순수한 캐릭터들을 보는 동화 같은 즐거움에 갑작스러운 원나잇스탠드로 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더니, 연인들에게 버림받아 어딘지 모르게 '웃프고'(웃기고 슬프다) 애처로운 두 남녀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지게 만든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 2회에서는 운명적으로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두 남녀, 이건(장혁 분)과 김미영(장나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건과 김미영은 박사장(정은표 분)-최씨(임형준 분)의 허술한 계략으로 인해 서로를 연인으로 오해, 한 방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공장을 인수한 후 노동자들을 자르는 이건을 곤경에 빠트리기로 작정한 박사장과 최씨는 정력제가 담긴 물을 이건에게 먹였다. 문제는 김미영 역시 우연히 박사장과 최씨가 이건에게 먹이려다 실패한 약 탄 물을 마시게 됐다는 것.
하필이면 두 사람의 호텔 방은 2009호와 2006호로 마주보고 있었고, 운명이 둘을 이러주려 했던 것인지 박사장-최씨의 실수로 이건의 방 2009호의 마지막 번호 9가 뒤집혀 2006이 돼버렸다. 결국 약에 취한 이건이 잠들어 있는 방에 김미영이 들어갔고, 두 사람은 서로를 연인 강세라(왕지원 분)-민 변호사(김영훈 분)로 착각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이 오고, 예상처럼 두 사람은 혼비백산했다. 기업가인 이건은 어디에선가 나타나 자신과 김미영의 사진을 찍어대는 박사장-최씨를 보고 김미영이 한통속이라 오해했고 “꽃뱀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미영은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지 못해 떨기만 했다. 그러나 이건은 CCTV와 김미영의 호텔 예약자 명단을 조사한 뒤 오해를 풀었고 그렇게 그를 보내줬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건은 김미영이 자신의 방에 놔두고 간 구두를 가져다주러 그의 방을 찾았고 애인으로부터 버림받는 김미영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김미영은 "내가 네 애인이라도 되냐. 순진한 맛이 귀엽다고 지켜봐줬더니 뻑이 갔다. 너는 포스트잇 걸이고 나는 변호사다. 변호사가 비정규직이랑 연애하고 싶겠느냐. 귀족이 평민이랑 어떻게 사귀냐"라고 독설을 퍼붓는 민 변호사의 말을 듣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이건은 화를 내며 김미영을 데리고 나왔다.
이후 이건은 "나는 온 맘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는데“라며 ”회사에서 내 별명이 포스트잇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날 다르게 대해줬다. 나는 진짜로 좋아했단 말이다.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준비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라고 눈물을 흘리는 김미영의 모습에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그 자신 역시 여자친구 강세라(왕지원 분)에게 청혼 직전 버림을 받았기 때문.
마음 착한 이건은 "당신은 포스트잇이 아니라 강력 본드다.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지 보여줄 거다"라고 말한 후 스타일리스트들에게 김미영의 변신을 의뢰했다. 전문가의 손을 받고 변신한 김미영의 미모는 놀라웠다. 김미영과 함께 호텔을 나서며 "이제부턴 당신이 퀸이다"라고 격려하며 민 변호사 앞에 그를 데리고 가 보란 듯이 복수를 해줬다.
이 과정에서 명콤비 장혁-장나라의 하모니는 뛰어났다. 장혁은 재벌 2세답게 특이하면서도 한 여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순정파의 섬세한 감정을 제대로 드러냈고 장나라는 김미영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평범녀’를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 냈다. 우연히 같은 방에 들어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두 남녀의 모습을 떡을 찧는 것에 비유한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노골적이다", "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노골적인 '베드신' 보다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점을 재밌게 보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갑작스럽게 변신한 여주인공의 외모도 마치 '깜짝쇼'처럼 통쾌한 즐거움을 줬다. 애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평범한 여주인공의 깜짝 변신은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라 불러도 좋을만큼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운널사' 역시 그 클리셰를 따랐지만, 복수가 끝난 후 김미영이 평범한 김미영으로 다시 돌아오며 으레 한 번의 변신으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바뀌고는 하는 평범한 작품들의 패착을 막았다.
뿐만 아니라 진심을 다해 처음 본 김미영을 격려하는 이건의 순정파 면모도 돋보이는 면모 중 하나였다. 이건은 "자부심을 가져라. 흔하다는 건 그만큼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라며 평범한 이름을 가졌다고 투정하는 김미영을 격려했고, "사람이 그렇게 착해서만도 안 좋다. 당당하고 주눅들지 말라"고 끝까지 김미영을 생각해주는 다정한 면모를 발휘했다. 이처럼 순수하고 순진한 주인공들의 사랑스러움은 '운널사'를 또 보고싶게 만드는 매력 요인이었다.
한편 '운널사'는 모르는 남자와 우연한 하룻밤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된 한 여자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한 남자의 예기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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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