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
KIA 좌완투수 양현종(26)이 지난 3일 두산과의 광주경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10승을 따냈다. 지난 2010년 16승을 기록한 이후 4년만의 10승이었다. 국내선수로는 첫 10승 투수가 됐다. 전반기 10승을 따내면서 자신의 역대 최다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현종은 올해 타이거즈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지난 2010년은 16승을 따내며 에이스 노릇을 했으나 방어율도 4.25로 높았을뿐더러 이후 2년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작년에는 9승을 따내 에이스로 복귀하는 듯 했으나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4년만에 10승을 달성하는 등 각종 지표를 들여봐도 에이스의 풍모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경기후 크게 기뻐하는 얼굴을 아니었다. 이닝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10승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목표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많이 던지지 못해 아쉬었다. 앞으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10승 소감을 대신했다.
즉, 양현종이 주목하는 것은 삼진도, 다승도 아닌 이닝 소화력이다. 사실 그는 줄곧 이닝이터에 의욕을 드러냈다. 풋내기 시절부터 제구력이 튼실하지 않아 투구수가 많아졌고 결과적으로 이닝이 적은 것이 그에게는 고민이었다. 5회를 마치면 투구수는 100개를 넘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맞춰잡는 투구를 위해 컷패스트볼을 익히려다 어깨통증이 오는 바람에 2년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그는 국내투수 가운데 처음으로 100이닝을 넘었다. 정확하게는 100⅔이닝이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이 넘는다.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6차례 있었다. 6이닝 미만은 3일 경기를 포함해 3경기 뿐이었다. 양현종이 이닝이터를 향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이닝이터에 의욕을 보이는 이유는 팀의 불펜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등판할때만이라도 7회 이상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거꾸로 보면 이런 에이스 의식이 올해 달라진 힘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역대 최다 이닝은 2010년의 169⅓이닝이다. 앞으로 11경기 정도를 꾸준히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 양현종에게는 역대 최다승과 함께 도전하는 더없이 중요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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