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도대체 누가 알아야 할까. 회장이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재신임을 선언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사과의 인사를 전한 뒤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전가할 수 없고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허정무 부회장은 브라질 월드컵서의 부진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 보다 중요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년간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시작으로 최강희, 홍명보 감독 등 3번이나 사령탑이 바뀌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허 부회장은 "핑계 같지만 전 집행부서 일어난 일이라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조 감독 경질 시 문제가 됐던 스폰서 외압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를 고수했다.
전 집행부라고 하지만 허정무 부회장의 발언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매번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모든 업무가 단절됐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몽준 전 회장과 조중연 전 회장에 이어 축구협회 수장이 된 정몽규 회장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어려움이 생긴 상황. 실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허정무 부회장이 실무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면 축구협회의 업무는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전 집행부의 일이라면 문제점 파악과 해결책을 위한 부분들도 다음 집행부까지 이어질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전 집행부가 사퇴했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것도 그저 회피를 위한 이야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이 문제가 아니다. 홍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축구협회의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잘 모르겠다"고 일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잘 모르겠다"라는 허 부회장의 대답은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늪에 빠진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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