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여측이심(如廁二心,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의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한축구협회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이 발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이 기존 계약대로 2015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며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최악의 성적을 낸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던 결과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홍명보 감독을 대신할 감독을 물색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2015 아시안컵까지 약 6개월의 준비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조차 만족하지 못할 경기력을 보인 점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당황스러울 뿐이다.

홍명보 감독의 유임 결정에 가장 속이 탈 사람은 홍명보 감독 자신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홍명보 감독은 전형적인 여측이심의 태도를 보인 셈이 됐고, 월드컵 이전에 자신이 말한 것은 호언장담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기 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누가 시키지도 않던 원칙을 세웠던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윤석영 등을 발탁하면서 스스로 원칙을 깨 '의리 논란'이 일게 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다. 결과를 내지 못한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며 사퇴를 암시했지만, 며칠 만에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를 당하며 재신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의 태도도 축구팬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대표팀이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허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런 감독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 패배를 한 사람이 승리할 방법도 알고 있다.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감독이 될 것이다"며 현재가 아닌 과거를 다시 꺼내서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강조하는 홍명보 감독의 성과는 성인 무대가 아닌 20세 이하 월드컵과 올림픽에서의 성적이다. 물론 무시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상황에서 다시 꺼내기에는 애매한 성적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성장을 강조했지만 감독의 성장을 꼭 대표팀에서 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감독의 성장이 한국 축구에 지속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저 대한축구협회의 막연한 기대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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