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5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운전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차는 무엇입니까?” “네. SM5입니다.” 이렇게 대답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대답은 옛 이야기가 될 판이다. ‘SM5’라는 이름을 쓰는 전혀 다른 차 4종이 완성 됐기 때문이다.
‘SM5 4형제’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모델은 ‘SM5 D’다. 1.5리터 dCi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이 3일 공식 출시 되면서 르노삼성자동차는 SM5의 한 이름으로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내는 4가지 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SM5 D’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동훈 영업본부장(부사장)은 “SM5 D가 출고 되면서 한 개의 모델로 4개의 전혀 다른 고객 군을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이 완성 됐다. 파워 드라이빙을 원하면 ‘SM5 TCE’를, 안락하고 조용한 고급 운전을 원하는 고객은 ‘SM5 플래티넘’을, LPG 연료의 경제성을 원하면 ‘SM5 LPi’를, 연비 효율이 중요한 장거리 운전자는 ‘SM5 D’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이 밝힌 대로 ‘SM5 D’는 철저하게 연비에 초점이 맞춰 개발 된 차량이다. 필립 페리에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르노와 닛산 브랜드를 위한 차량 및 파워 트레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중앙연구소는 이번 ‘SM5 D’를 개발하면서 하이브리드급 연비를 내는 중형승용차에 초점을 맞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M5 D’ 개발팀장인 남형훈 부장도 “유러피언 디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지금이 ‘SM5 D’ 출시에 가장 적기라고 생각한다. D 세그먼트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연비를 달성했다”고 했다.
여기도 연비, 저기도 연비다. 결국 ‘SM5 D’는 소비자가 원하는 연비가 좋은 차를 위해 기획 됐고, 빼어난 연비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 된, ‘연비에 올인 된 차’였다.

르노삼성자동차가 고연비를 위해 적용한 키워드는 ‘다운사이징’이다. 근래 몇 년 동안 르노삼성자동차가 견지해 온 방향성과 일치한다.
‘SM5 D’에 적용 된 다운사이징의 시작은 1.5리터(1,461cc) 직분사 디젤 엔진이다. 1.5 dCi 엔진은 지난 해 말 국내에 출시 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QM3’에 장착 된 바로 그 엔진이다. 국내에서는 ‘QM3’로 친숙하지만 세계적으로는 1100만 대나 생산 된 월드 베스트셀러 엔진이다.
여기에 미션은 독일 게트락사의 6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선택했다. 게트락사의 DCT는 BMW M3, 다임러 SLS AMG, 미쓰비시 랜서 에블루션, 페라리 캘리포니아, 볼보 V60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검증 된 제품이다.
1.5 dCi 파워트레인과 게트락사 DCT의 조합만으로 이뤄낸 ‘SM5 D’의 연비 성과는 놀랍다. 도심주행 15.1km/ℓ, 고속도로 주행 18.7km/ℓ, 복합연비 16.5km/ℓ로 공인 됐다. 최고 출력은 4000rpm에서 110마력까지 낼 수 있고, 최고 토크는 1750rpm에서 24.5kg.m이 발휘 된다.

같은 엔진을 쓰고 있는 ‘QM3’는 90마력, 22.4kg.m의 토크를 발휘하도록 세팅 돼 복합연비 18.5km/ℓ를 보이고 있다. ‘SM5 D’는 ‘QM3’에 비해 출력과 토크를 높이는 대신 연비는 손해를 봤다.
D세그먼트 덩치를 110마력 엔진이 버텨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질문에 대해 박동훈 부사장은 “300마력이니, 200마력이니 하는 숫자는 카레이서에게는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운전하는 이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단순히 배기량만 낮추는 게 다운사이징이 아니다. 실용구간에서의 힘을 유지하면서 낮추는 게 다운사이징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파워와 다운사이징으로 얻은 경제성이 최선의 접점을 이룬 것이 이 차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배기량을 기준으로 차량을 구분하는 방식도 ‘SM5 D’에 오면 흔들린다. 박동훈 부사장은 “르노삼성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만의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개발한 차가 바로 ‘SM5 D’다. 차의 고정 관념인 세그먼트를 파괴하는(세그먼트 브레이커) 첫 번째 주자가 ‘SM5 D’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경쟁상대를 어떤 차량으로 정해야 할 지도 혼선이 온다.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할 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해야 할 지 아리송하다. 박 부사장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내놨다. “대한민국의 디젤 엔진을 얹은 모든 세단이 ‘SM5 D’의 경쟁자”라는 것. 상당한 자신감이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자신감은 시장의 호의적인 반응에서 기인한 바도 있다. ‘SM5 D’에 대한 가격도 결정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1500여 대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월 800~1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SM5 D’의 판매가격을 SM5 D 2,580만 원, SM5 D 스페셜 2,695만 원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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