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홍명보호가 2기에 돌입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공표했다. 홍 감독은 앞서 2014 브라질 월드컵서 1무 2패에 그치며 씁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16년 만의 무승,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협회가 내린 결정은 '경질'이 아닌 '유임'이었다. 그간 한국의 대표팀 감독 경질사와 이웃나라 일본의 전례를 보더라도 뜻밖의 결정이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홍명보 감독은 본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님이 앞으로 한국 축구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며 홍 감독의 유임 배경을 밝혔다.

출범 직후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홍명보호다. '의리 엔트리', '월드컵 부진' 등 논란의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에서는 홍 감독의 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유임 결정이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았던 까닭이다.
유임한 축협이 성적에 따라 재계약에 나설 여지도 충분하지만 아시안컵 우승이 아니고서야 홍 감독의 마지막 국제 무대는 브라질이 아닌 호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듬해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무대다. 또 '레전드' 홍명보의 축구 인생 전체가 걸린 무대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성공만이 홍 감독에겐 유일한 해답이지만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수많은 암초와 거친 파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여론은 이미 홍 감독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싸늘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하다. 대한축구협회를 제외하고 수많은 축구계 인사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아시안컵 성적에도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다. 6개월간의 준비 과정 속 여론의 거친 풍파에도 그만이 내세운 원칙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지킨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홍 감독의 축구 인생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다.
그래도 홍명보 감독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사퇴의사를 밝힌 뒤 회장이 직접 나서 설득을 했다곤 하지만 결국 다시 지휘봉을 잡은 것도 그다. 협회의 결정이 안타깝지만 본인이 직접 시한폭탄을 안은 셈이다.
대표팀 감독직은 흔히들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민심이 아주 좋지 않다. 설상가상이다.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국 축구와 홍 감독의 운명은 6개월 후에 드러난다. 지금으로선 홍 감독이 안은 것이 시한폭탄이 아닌 유종의 미이길 바랄 뿐이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