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5연승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는 4일 마산 NC전에서 수비력의 차이로 6-3 승리를 거뒀다.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류제국, 그리고 무실점으로 끝까지 팀의 리드를 지킨 신재웅과 정찬헌의 뒤에는 야수진의 호수비가 있었다. 반면 NC는 포수의 아쉬운 포구와 외야수의 무리한 송구로 허무하게 실점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일회성으로 일어난 일은 아니다. 최근 LG는 실책이 줄어들고 부쩍 향상된 수비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양상문 감독이 시도한 변화가 적중, 마운드 안정과 수비 안정이 동시에 이뤄졌다.

양 감독은 이병규(7번)를 클린업에 고정, 팀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수비에선 1루 대신 중견수를 맡겼다. 그러자 이병규는 양 감독 기대에 완벽히 응답, 양 감독 체제가 시작된 지난 5월 13일부터 37경기서 타율 3할4푼2리 5홈런 34타점 OPS 1.020을 기록 중이다. 현재 이병규는 타점(43)과 OPS(0.907)서 팀 내 1위다. “작은 구장을 썼다면, 충분히 최형우 급의 활약을 했을 것”이라는 양 감독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병규의 타격 재능은 누구나 인정했기에 최근의 맹타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사실 타격보다는 수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주 포지션인 좌익수 외에 중견수 자리서도 양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넓은 수비 범위가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빠르고 정확한 타구 판단과 집념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줬다.
유지현 수비코치 또한 “병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중견수 수비를 잘해주고 있다. 그만큼 수비 범위를 조금씩 더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분명 좌익수와는 차이가 크다. 좌익수의 경우 길어야 20, 30미터만 책임지면 된다. 그런데 중견수는 20, 30미터 이상을 뛰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힘들지만,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1루 수비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밝혔다.
이병규가 중견수를 두루 소화하면서, LG는 박용택에게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허리 통증으로 지난 주말 3연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박용택은, 이번 주 4경기서 지명타자로 나섰다. 이병규의 중견수 전환으로 박용택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무한경쟁 속에서 다시 2루 자리를 찾은 손주인의 활약도 눈부시다. 양 감독 부임 당시만 해도 김용의 박경수와 경쟁했던 손주인은 지난 6월 19일 잠실 두산전부터 대부분 경기서 선발 출장 중이다. 양 감독은 “평소에 주인이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주인이를 꾸준히 2루에 넣어둘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손주인은 6월 19일부터 타율 3할5푼9리 OPS 0.903으로 타석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면서 단 하나의 실책만 기록했다. 특히 LG가 5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는 20타수 8안타로 하위타순 혹은 2번 타순에서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수비에선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의 그림 같은 더블플레이,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릴레이 플레이를 펼친다.
조쉬 벨의 방출로 주전 3루수가 된 김용의는 민첩함을 바탕으로한 넓은 수비 범위로 안정감을 찾고 있다. 3루가 주력 포지션이었으나 작년까지는 정성훈, 올해에는 조쉬 벨로 인해 1루나 2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동안 조쉬 벨이 뛰어난 송구 능력으로 멋진 장면을 많이 연출하긴 했다. 그러나 민첩성이 떨어졌고, 수비범위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번트나 슬래시 같은 작전이 자주 나오는 한국야구에선 3루수의 민첩성과 수비 범위는 매우 중요하다. 4일 마산 NC전에서 김용의는 번트를 염두에 두고 전진수비를 펼치면서도 직선 타구를 캐치, 팀의 리드를 지켰다.
포수 최경철의 투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경철은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사실상 홀로 포수 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매번 체력의 한계와 마주하면서도 프로 입단 15년 만에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고 다짐한다. 최경철은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경기에 꾸준히 나가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다”고 웃는다. 양상문 감독도 “투수 리드에서 경철이가 많이 좋아졌다.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고 다양하게 투수를 리드한다”며 “사실 경철이는 지금 나와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타석에서 안타를 바라는 것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LG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지난해 리그 최저 평균자책점을 찍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느덧 팀 평균자책점 4.81로 이 부문 리그 3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수비가 따라주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LG 야수진을 6월 1일부터 7월 4일까지 치른 25경기에서 실책 12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 LG보다 적은 실책을 올린 팀은 23경기를 치르며 실책 11개를 올린 두산 뿐이다. 양 감독이 꾀한 변화가 곧 안정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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