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말고결혼’, 로맨틱코미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첫방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7.05 07: 07

결혼은 언제나 로맨틱 코미디가 내세우는 가장 주된 화두다. 로맨틱 코미디의 끝은 으레 남녀 주인공들의 행복한 결혼으로 귀결되게 마련. 뿐만 아니라 결혼은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인생을 살며 꼭 거쳐 가야 할 하나의 관문처럼 여겨진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남-녀 주인공들이 유독 부모들의 줄기찬 결혼 성화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연애 말고 결혼’(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은 결혼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확연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며 포문을 열었다. 물론 주인공 주장미(한그루 분)와 공기태(연우진 분)가 갖고 있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대한민국 남녀를 대표한다 할 수는 없지만, 극 중 결혼에 부담감을 느끼는 공기태와 그의 친구 이훈동(허정민 분)의 모습, 그와는 반대로 결혼을 꿈꾸는 주장미의 모습은 서로 다른 결혼관이 불러올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그리며 공감을 자아냈다.
이날 주장미는 연인 이훈동에게 결혼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줬다 차이고 말았다. 이훈동은 주장미를 떼어내기 위해 친구인 공기태의 도움을 받아 주장미와 연락을 끊어 버렸다. 공기태 역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는 친구의 주선으로 만난 소개팅녀(남지현 분)를 떼어내기 위해 “강남에 산다”, “주상복합이다” 등 자신의 외적 조건을 나열하며 최악의 매너를 보였고 결국 소개팅에서 의도적인 실패를 연출했다.

그런 주장미와 공기태를 이어준 것은 공기태의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이었다. 공기태의 어머니는 우연히 주장미와 공기태가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연인 사이로 오해, 주장미를 집으로 초대했다. 결혼을 싫어하는 아들이지만, 그런 아들과 진지한 사이로 보이는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 결국 방송 말미 공기태는 어머니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주장미에게 “우리 엄마 좀 만나달라”며 계약연애를 제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2년 방송된 종편채널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극본 하명희 연출 김윤철)는 남녀의 사랑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결혼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성공 때문인지 이후 결혼이란 소재를 다루는 다양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SBS ‘결혼의 여신’,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따뜻한 말 한마디’, tvN ‘응급남녀’ 등이 그 예다. 이들 드라마는 결혼이라는 소재로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았다.
‘연애 말고 결혼’도 사실상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앞선 드라마들이 현실에 무게를 조금 더 줬다면,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에 더 중점을 뒀다. 결혼이 두 남녀가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계기로 쓰인 것. 그럼에도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유쾌하지만,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 로맨틱 코미디가 완성됐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 말고 결혼’은 결혼 로맨틱 코미디가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ujenej@osen.co.kr
‘연애 말고 결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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