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잠실구장은 이용찬(25, 두산 베어스) 이야기로 뜨거웠다. 이용찬이 4일 발표된 KBO의 도핑 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이용찬의 도핑 양성반응은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주사로 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부 질환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약이기에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의심은 무의미하다. 다만 ‘치료목적 약물사용의 적용조치(이하 TUE)’ 신청서를 미리 제출하지 않은 선수 개인의 부주의가 문제였다.
구단에서도 안타까워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매년 KBO 도핑방지 규정에 대해 교육을 한다. 그리고 전재춘 트레이너도 수시로 교육을 한다. 전재춘 트레이너는 평소 선수들에게 한약 하나를 먹더라도 자신에게 보여준 뒤에 먹으라고 항상 강조한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전 트레이너의 말도 같았다. 전 트레이너는 “평소에 어떤 약이든 다 수거했다. 선수들도 약을 다 가져왔다. 더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내 실수다”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용찬이는 평소에 약도 잘 먹지 않는 선수인데 안타깝고, 담당 트레이너로서 미안하다.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규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신경 쓰는 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재차 선수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한 뒤 앞으로는 더 철저히 관리할 것을 다짐할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부주의가 아쉬운 부분이다. 베타메타손 주사액은 사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TUE를 미리 제출하지 않고 사용했을 때만 문제가 된다.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신청서만 제출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키운 것은 이용찬의 명백한 잘못이다.
이용찬에 대한 징계는 이제 9경기만 지나면 끝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출장정지는 전반기가 마무리되기 전에 끝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이용찬은 앞으로 도핑 테스트에 걸린 선수로 기록되고 기억된다는 점이다. 팬심은 때로 어떤 이유로든 실망을 안긴 선수에게 무기징역을 내린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고려해보면 이용찬이 기량 향상을 위해 베타메타손을 처방받았을 확률은 극히 적다. 좋은 성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도덕성을 저버린 선택이 아니라 단순 실수에 가까워 보이기에 더 안타깝다. 하지만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이 사건이 이용찬을 더욱 성숙케 하는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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