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의 반란이다.
요즘 KIA의 상승세가 뜨겁다. 4일 현재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의 수직상승세이다. 투수력이 안정감이 생기고 있고 타선도 강해졌다. 투타의 조화가 맞아 떨어지며 승수사냥을 하고 있다. 이제는 승패적자폭도 3개로 줄어들었고 4위 롯데에 3경기차로 따라붙어 4강 싸움을 벌일 태세이다.
상승세를 이끄는 동력은 마운드와 타격만은 아니다. 수비에서 눈에 띠는 변화들이 보이고 있다. 백업요원들의 활약으로 내외야에서 빈틈들이 메워지고 있다. 특히 최대의 약점이었던 포수부문에서 새로운 힘과 안정감이 묻어나오고 있다. 힘의 원천은 이성우. 33살노장 백업요원이다.

이성우는 지난 2008년 SK에서 이적했다. 당시 포수 김상훈이 다치면서 포수를 급하게 구했고 SK에게 좌완 전병두를 내주고 데려왔다. 수비솜씨는 좋았다. 그러나 어깨와 허리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느라 제몫을 못했다. 결국 김상훈과 차일목에 밀려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적후 2013년까지 6년동안 108경기에 그쳤다. 말 그대로 잊혀진 포수였다. 나이도 30대 중반. 세월은 빨랐다.
올해도 2군에서 출발했다. 1군 경쟁자들은 김상훈 차일목 이홍구 백용환이었다. 그런데 균열이 생겼다. 이홍구는 손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1군에서 김상훈 백용환이 부진에 빠지며 2군으로 내려갔고 주전포수인 차일목도 힘겨운 플레이를 했다. 때마침 이성우의 몸은 말끔하게 나아있었고 자연스럽게 1군 콜업을 받았다. 6월 12일 한화전이었다.
이성우는 올라오자마자 선발마스크를 썼고 11-10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차일목과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쓰더니 KIA 포수진의 희망이 되고 있다. 13경기에 출전했는데 9경기에 선발출전했고 나머지는 차일목에게서 바통을 받았다. 선발출전한 9경기에서 팀의 승패는 7승2패. 6월 12일 이후 KIA는 10승6패. 상승세의 숨은 공신이었다.
무엇보다 포수로서 안정된 수비력이 돋보인다.투수의 원바운성 투구를 가볍게 막아낸다. 포구도 깔끔하다. 투수들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도루저지율도 눈에 띤다. 11번 도루를 허용했고 6번 저지했다. 저지율은 3할5푼3리. 최근 KIA 포수진 가운데 3할대의 저지율을 기록한 포수는 없었다. 대부분 1할대의 저조한 성적이었고 KIA 부진의 이유였다.
더욱이 타율도 2할5푼로 나쁘지 않은 타격이었다. 선동렬 감독은 이성우가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자 선발포수로 자주 기용했고 어느새 주전역할을 하고 있다.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 차일목과 안방을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까지는 꿈도 기회도 없었던 그가 반란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33살의 늦은 나이. 여름에 꽃봄이 찾아왔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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