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만추' 김태용 감독과 '색계' 탕웨이의 결혼이라니, 요즘 한 중 영화계와 네티즌 반응은 잔칫집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팬들 반응? 똑 같은 축하 멘트고 기쁨의 탄성이지만 온도 차가 미묘하게 느껴진다. 도대체 무슨 이유길래.
먼저 한국 쪽. 신부를 맞이하는 아들 쪽 분위기다. '색계' 한 편으로 월드스타 대열에 합류한 중국 출신 미녀 톱스타 탕웨이가 이제 대한민국의 품 안으로 날아온 듯한 현실에 반가움을 금치못하고 있다. 또 김태용 감독과 열애중이었어서 그랬는지, 한국과 한국문화가 원래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 탕웨이가 부산국제영화제 첫 외국인 사회를 맡는 등 그동안 꾸준히 친한파 외국 스타의 면모를 과시한 것도 당연하 게 한 몫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쪽 반응에서는 뭔가 아쉽다는 냄새가 배어 있다. 중국의 유력매체 신화통신은 지난 2일 이 둘의 결혼보도를 연예 톱뉴스로 보도하며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또 인민일보도 두 사람의 결혼애 대해 "한국이 뜨거운 커플의 탄생을 알리게 됐다"며 대서특필했고 연예 매체인 Net Ease 등 각종 신문들도 앞다퉈 보도 중이다.

이같은 김태용-탕웨이 커플의 결혼 이야기를 접한 중국 네티즌 심정은 귀하게 키운 막내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부모의 심정에 가깝다. 특히 이 딸의 기구한 배우 인생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도 일었을 터다.
탕웨이는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거장 이안 감독을 만나 지난 2007년 '색계'에 출연했다. 1938년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탕웨이는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치명적 매력을 과시했지만 작품 내용을 문제 삼은 중국 당국에 의해 배척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중국 영화계에서 사실상 추방당한 뒤 방황의 시절을 지내던 탕웨이는 김 감독을 만나 '만추'를 찍었고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됐으니 이 둘을 맺어준 건 결국 중국인 셈이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고국을 떠나 외국을 떠돌다 멋지고 뛰어난 한국 감독을 만나서 결혼한다니, 중국 네티즌들의 마음이 더 짠한게 아닐까 싶다.
기자도 지난 2012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해운대 바닷가 포장마차 한 켠에서 김 감독과 탕웨이가 몇 몇 지인들과 함께 막걸리를 따르고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선남선녀의 자태에서 비밀스런 연애의 느낌은 전혀 없었고 이후 두 사람 열애설이 터졌을 때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일축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감독이자 배우,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건 최근 일이라는 게 주위 측근들의 증언이다. 가장 가까운 제작자나 감독, 배우들조차 "김 감독과 탕웨이 결혼 발표를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도 축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찌됐건, 이번 결혼 발표를 듣자마자 떠오른 모습은 그날 그 포장마차에서 다소곳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길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상한 감독 김태용, 오가는 취객들의 짖궂은 인사에도 따뜻한 미소를 건네던 탕웨이. 이 둘이 몇 년의 숙성 과정을 거쳐 연인이 되고 이제 부부로 백년가약을 맺게 됐으니 '탕웨이가 오는 것이면 어떻고 김 감독이 가는 것이면 또 어떻겠느냐'는 생각이다.
아마 탕웨이-김태용, 두 예비부부도 똑같지 않을까. 김 감독은 2일 밤 몇 차례 해외로밍 휴대전화기로 연결을 시도했던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멀리 핸폰을 꺼놓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ㅎ"라고. 늘 상냥하고 조용하던 김 감독다운 문자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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