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였던 한여름 박스오피스가 한국영화 흥행으로 판도가 변화,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통상 '때리고 치고 부수는' 통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인 한여름 극장가에서 정우성 주연 '신의 한 수'가 돌풍을, 그리고 강하늘-김소은 주연 공포영화 '소녀괴담'이 이변을 일으키며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고 있는 것.
그간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6월부터 7월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지난 2009년에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했고 2011년 역시 '트랜스포머3'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가 6월~7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독식했다. 2012년 또한 다르지 않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1, 2위를 차지하며 여름 극장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강세를 입증했다.

이는 무더운 여름, 통쾌한 액션과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만족시킨 결과. 때문에 통상 '여름 극장가=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공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감시자들'의 선전으로 점차 이 공식이 깨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 올해 여름 극장가 역시 두 편의 영화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블록버스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신의 한 수'와 '소녀괴담'이 그 주인공. '엣지 오브 투모로우',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 등 매니아층을 형성한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국내 극장가를 공략했지만 이를 두 영화가 앞뒤로 압박하며 박스오피스를 사수하고 있다.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바둑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신의 한 수'는 청소년관람불가등급임에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액션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연일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달리고 있다. 주연배우 정우성 조차 '트랜스포머4'와의 맞대결에서 이길 줄 몰랐다며 얼떨떨해할 정도.
영화 '비트'를 통해 충무로 대표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우성이 또다시 남자냄새 나는 액션으로 복귀했다는 것과 이범수, 안성기, 김인권, 최진혁, 이시영 등 다른 배우들의 열연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역시 관객들이 '트랜스포머4'보다 '신의 한 수'를 선택하게끔 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소녀괴담'의 활약. 그간 침체기를 걸어온 한국 공포영화가 '소녀괴담'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소녀괴담'은 귀신 보는 소년 인수(강하늘 분)가 강원도의 한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고스트픽쳐스가 제작을 맡고 공포영화에 남다른 연출력을 보인 오인천 감독과 공포영화 이야기꾼 이종호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그 시너지를 톡톡히 맛보고 있는 중이다.
'감성공포'라는 독특한 장르로 공포 뿐만 아니라 로맨스까지 담아낸 '소녀괴담'은 개봉 이후 꾸준한 관객몰이로 '트랜스포머4'에 밀리지 않는 한국 공포영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