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K리그 사상 최초 2년 연속 도움왕다웠다. 7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몰리나(FC 서울)가 날 선 왼발로 수장의 기대에 보답했다.
서울은 5일 오후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 경기서 몰리나의 1골 1도움 원맨쇼에 힘입어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뒀다.
서울은 월드컵 휴식기를 마친 뒤 이날 48일 만에 재개된 K리그서 본연의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선수들의 몸은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호기롭게 내세운 스리백 카드도 전남의 날카로운 창에 우왕좌왕됐다. 전반 13분 만에 2골을 내주며 무너지는 듯했다.

몰리나가 구세주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1일 전북 현대전 이후 7개월여 만의 K리그 출격이었다. 클래스는 영원했다. 실전 감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울 선수들 중 가장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전 "몰리나의 복귀는 K리그 팬들이 축하해줄 일이다"라며" 부상과 심리적인 부담감을 떨치고 팀에 필요한 안정감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 100%는 아니더라도 승패에 상관없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장의 기대에 200% 보답했다. 서울의 공격은 거의 대부분 몰리나의 발에서 시작되거나 그의 발에서 끝났다. 몰리나는 윤일록 에스쿠데로와 함께 스리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0-2로 뒤지던 전반 17분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골대를 살짝 비껴가긴 했지만 전남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전반 30분엔 도우미로 변신했다. 아크서클 근처에 있던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를 건넸다. 골문 구석을 향하는 에스쿠데로의 슈팅이 김병지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몰리나의 도우미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결국 몰리나의 특급 왼발이 전반 종료 직전 번뜩였다. 몰리나는 전반 44분 코너킥에서 날 선 크로스를 배달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스마르가 머리로 밀어넣으며 1-2로 추격했다.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에는 해결사로 나섰다. 몰리나는 후반 39분 아크서클 근처에서 공을 잡아 상대 수비수 2명 사이로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 골을 터트렸다. 골문 구석에 꽂히는 공이라 김병지 골키퍼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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