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팽팽했던 흐름은 이번에도 이승엽(38, 삼성 라이온즈)의 홈런 한 방에 깨졌다.
이승엽은 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서던 4회초 무사 2루에 나와 우월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안심할 수 없던 1점차 리드 상황은 비교적 여유 있는 3점차로 변했다. 삼성의 강력한 마운드를 생각하면 이 홈런 하나가 승부를 가른 것과 같았다.
두산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는 이승엽의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대단한 땅볼 유도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볼스테드는 3회까지 자신이 잡은 9개의 아웃카운트 중 7개를 땅볼로 만들어냈다. 선취점을 내준 1회초에도 최주환의 실책이 없었다면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의 방망이는 볼스테드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승엽은 4회초 무사 2루에 나와 볼카운트 2B-2S에서 볼스테드의 6구째 포심 패스트볼(146km)을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홈런(비거리 125m)을 뽑아냈다.
삼성은 이 홈런으로 3-0을 만들었고, 6-0으로 승리해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팀 승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점이 이날 이승엽이 때린 홈런의 가장 큰 의미다. 삼성은 올해 이승엽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12승 1무 2패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의 홈런은 대부분 팀 승리와 인연을 맺는다. 결정적인 홈런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에 당연하다.
이제 이승엽은 홈런 하나만 추가하면 20홈런 고지에 오르게 된다. 국내 복귀 첫 시즌인 2012년에 21홈런으로 건재를 과시했던 이승엽은 지난해 13홈런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 홈런 페이스는 전반기에만 20홈런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일본 진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복귀 후에는 후반기 활약에 따라 올해가 최고의 시즌이 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의 성적이 일시적인 부진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노쇠화가 원인인지는 이번 시즌의 성적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한 이승엽은 6번 타순에서 백의종군했다. 4월까지는 정교한 타격만 보여주더니 5월부터는 시원한 홈런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5월 6홈런, 6월 9홈런으로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이제 7월의 첫 홈런도 터졌다. 우리 나이로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이승엽이지만, 이승엽 하면 20홈런은 보장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 복귀 후 첫 30홈런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복귀 후 최다 홈런은 경신이 유력하다. 그것이 전반기 안에 가능할지가 궁금할 뿐이다.
이날 홈런은 또 하나의 의미가 더 있다. 이승엽은 이 투런홈런으로 최형우(삼성), 나성범(NC)에 이어 시즌 3번째로 전 구단 상대 홈런도 달성했다. 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승엽은 한국에서 뛴 최근 10시즌(1997~2003, 2012~2014) 연속 전 구단 상대 홈런을 해냈다. 언제 어느 팀을 만나도 상대를 홈런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이 이승엽이다.
nick@osen.co.kr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