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도대체 왜 레이싱 특집을 마련했느냐에 대한 삐딱한 시선에 답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발걸음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겠다. 허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특집을 마련할 때마다 실패와 성공을 따지는 이들이 존재했다. 이 같은 불편한 시선에 대해 ‘무한도전’은 이를 악무는 도전과정을 공개했다. 그리고 레이싱 특집의 본질을 스스로 밝혔다.
‘무한도전’은 지난 5일 방송된 스피드 레이서 특집에서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출전을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4월 프로선수들과의 대결 방송 이후 2달여 만에 공개한 KSF 출전 과정은 무한 연습 뿐이었다. 대회 출전 멤버가 유재석, 정준하, 노홍철, 하하로 결정된 가운데 멤버들은 시간 단축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멤버들은 서로에게 묘한 경쟁심을 드러내면서도 사고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또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레이싱에 몰두했다. 멤버들의 과감한 코너링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작은 사고로 인해 놀라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은 스피드 경쟁에 푹 빠져버렸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 멤버들은 운전대에만 집중했다.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적지 않은 나이의 멤버들은 프로선수들과의 대결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게 수없이 운전대를 돌렸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처럼 도전의 연속이었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이들만큼이나 나이와 걸맞지 않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실행하기 어려운 명언을 실천하는 이들도 흔치 않다.
사실 레이싱 도전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이 했던 다른 스포츠 도전과 달리 많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데 제약이 있다. 댄스 스포츠,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조정 등 몸을 쓰는 게 티가 팍팍 나는 종목과 달랐기 때문.
레이싱은 위험천만하다는 인식 속에서 나오는 긴박감만 있을 뿐 가슴을 콕콕 찌르는 감동이 없다는 오해를 사기에 좋았다. 그동안 스포츠 도전을 통해 지치지 않는 끈기와 열정을 보여주며 감동을 안겼기에 레이싱이라는 남녀노소를 다 끌어안기에는 무리가 있는 특성은 발목을 잡는 듯 보였다. 소위 말하는 ‘망한 특집’이 아니냐는 것. ‘무한도전’은 왜 레이싱 도전을 하느냐는 질문에 입에 단내 나는 연습 과정을 담백하게 전하며 답을 내놨다.
숱한 주행 연습은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멤버들에게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안겼다.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중압감은 멤버들의 피로한 얼굴만 봐도 짐작이 가능했다. 특히 자기와의 경쟁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과의 기록 싸움에도 신경을 썼으니 부담감과 목표의식은 점점 높아졌다.
여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레이싱 도전을 왜 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레이싱 대회 출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무모해보이는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밝고 건강한 웃음을 안기고자 하는 ‘무한도전’의 기본 정신이 담겨 있다.
물론 이번 ‘무한도전’이 야심차게 준비한 레이싱 특집이 다른 스포츠 특집에 비해 미지근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오해받는 이유는 있다. 종목 자체가 일반 시청자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엘리트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길의 하차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으로 방영 흐름이 끊긴 것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게다.
그렇지만 이들이 레이싱 도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기존의 스포츠 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긍정과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멤버들이 도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선물이다.
유재석은 지난 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KSF 예선에서 차량 고장으로 최하위 성적을 낸 후 기자들과 만나 “이건 엊그제 차량사고를 낸 제 실수라 누구를 탓할 수 없다”면서 “레이싱이 이런 것이고 인생이 이런 것 아닌가. 다행히 결선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 맨 뒤에서 출발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성적이 예상됐지만 차량 고장으로 고배를 마신 후 담담하게 말한 유재석의 모습에서 이 무모한 레이싱 도전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유재석의 말대로 인생은 늘 도전이 아니던가. ‘무한도전’이 뚜벅뚜벅. 다소 비틀거릴 때가 있을지언정 오늘도 안방극장 문을 두드리며 재미와 감동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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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