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계에는 이른바 '황금세대'가 있다. 박찬호, 정민철, 임선동, 박재홍, 손혁, 조성민 등이 속했던 '92학번', 즉 1973년 출생 선수들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고 추신수(텍사스), 이대호(소프트뱅크), 오승환(한신), 정근우(한화) 등 수많은 선수가 있는 '82세대'도 국가대표 한 세대를 주름잡았다.
그 뒤를 이을만한 세대라면 단연 '87세대'가 꼽힌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을 비롯해 현재 프로야구 각 팀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는데 '10억팔' 한기주(KIA)를 시작으로 강정호(넥센), 황재균(롯데), 이재원(SK), 양의지(두산) 등이 있다.
롯데에는 유독 '87세대' 동기들이 많다. 야수 쪽에서는 황재균, 정훈, 김문호, 손용석 등이 입단 동기이고 투수로는 나승현, 배장호 등이 있다. 황재균은 "아마 우리 동기들만 모아도 한 팀은 꾸릴 수 있을 것"이라며 "포수는 양의지와 이재원, 투수는 류현진과 차우찬, 내야수는 나랑 강정호 등 선수는 많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들 가운데 황재균이 타격 쪽으로 감탄사를 보인 선수가 바로 이재원이다. 프로야구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4할 타율을 넘나드는 고타율을 자랑하는 이재원은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출전하면서 포수 마스크까지 쓰면서도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황재균은 이재원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당초등학교에서 리틀야구를 했던 황재균은 숭의초등학교 이재원을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황재균은 "무척 덩치가 큰 친구가 혼자 나무배트를 들고 어슬렁거리더라. 우리는 전부 다 알루미늄 배트를 썼는데 혼자 그러는 걸 보고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러나" 싶었다며 강렬했던 첫 인상을 전했다.
더 대단한 건 실력이었다. 이재원은 몸에 맞는 공을 맞고도 1루에 걸어나가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황재균은 "안 나가고 버티더니 나무배트로 그냥 홈런을 쳐 버렸다. 재원이가 지금도 잘치지만, 어렸을때부터 공 하나는 정말 잘 쳤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번에는 이재원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체 왜 몸에 공을 맞고도 걸어나가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어차피 연습경기인데 정말 치고싶었다. 그래서 그냥 심판한테 사정해서 타격을 했고 홈런을 쳤던 것 같다"면서 웃었다.
황재균과 이재원 모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재균은 타율 3할2푼8리에 6홈런 43타점 10도루를 기록 중이고, 이재원은 타율 4할1리 9홈런 55타점으로 4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친구는 나란히 2014년 자신의 최고기록을 새로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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