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은 3명만 있으면 된다. 가장 잘 던지는 투수는 준결승에 넣는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 류중일 감독(삼성 라이온즈)이 아시안게임 투수 운용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다양한 종류의 단기전을 두루 경험해본 류 감독답게 기본적인 구상은 끝낸 상태였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 투수 운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다. 총 5경기 정도 한다고 보면 선발은 3명만 있으면 된다. 단기전은 패전처리가 없는데, 선발을 4~5명 데려가면 불펜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기본 원칙은 선발이 3명이라는 점이다. 3명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2명은 2번씩 선발 등판해야 한다.

고민은 안정적으로 긴 이닝을 막아줄 수 있는 롱 릴리프의 부재다. 류 감독은 “우리 팀(삼성)에서 차우찬이 해주는 역할처럼 중간에서 3이닝 정도 던질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선발 요원이거나 짧은 이닝을 강하게 막는 유형의 선수가 많다.
시즌을 잠시 중단시키고 참가하는 대회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짧다. “현재 계획은 호텔에서 합숙을 하면서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것인데, 손발을 맞출 시간이 4일 정도 된다. 이때 준결승과 결승에 넣을 투수를 결정할 것이다”는 말로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준결승이다. “준결승을 이겨야 결승이 있다. 준결승에 가장 잘 던지는 투수를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윤성환(삼성), 양현종(KIA)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준결승 선발로 나가는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다.
결승보다 준결승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예전에 WBC에서 베네수엘라가 강한 선발투수를 아끼려고 하다가 우리한테 졌다”며 2009 WBC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결승에 투입하기 위해 한국과의 준결승에 카를로스 실바를 내세웠다가 초반 대량 실점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10-2로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3패까지는 허용되는 한국시리즈와는 달리 국제대회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되지 않는다. 지난해 WBC에서도 류중일호는 2승 1패를 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준결승에 더 신경 쓰겠다는 말에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겠다는 신중함이 담겨 있다. 류 감독의 아시안게임 마운드 운용 제 1원칙은 ‘신중 또 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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