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손승락(32)이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손승락은 지난 5일 목동 KIA전에서 9회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4 승리를 지켰다. 손승락은 이날 시즌 20세이브 째를 기록해 역대 9번째로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손승락은 그 특유의 점프 피칭 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른 때에 비해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세리머니였다. 20세이브 때문에 기뻐서 그런가 싶어 경기 끝나고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니 손승락에게서 "무슨 일이냐"는 어안이 벙벙한 답이 돌아왔다.

손승락은 "최근 공을 던지면서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효과가 나는 것 같아 20세이브보다 그게 더 기쁘다"고 했다. 이어 "오늘 피칭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 만큼 구위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지난달 9일 그는 2011년 마무리 전업 이후 처음으로 올해 시즌 중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날 목동 두산전에서 8-5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이닝 6실점 했다. 이전부터 불안의 기미가 조금씩 보였던 그는 열흘 간 휴식을 갖고 올라왔다.
한창 순위 싸움이 치열한 팀이었으나 염경엽 감독은 팀의 마무리를 무리해서 쓰는 것보다 쉬어주는 게 낫겠다는 판단 아래 2군으로 내려보냈다. 평소에도 마무리로서의 책임감이 큰 손승락에겐 그 시간이 팀에 더 큰 미안한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됐다.
손승락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29일부터 3경기 동안 3⅓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다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넥센은 어느새 NC와의 5.5경기차를 극복하고 5일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누구보다 손승락이 기뻐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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