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의 브라질 월드컵 8강 대결이 골키퍼싸움에서 갈렸다.
네덜란드는 6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시우바도르 아레나 폰타 노바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코스타리카전에서 연장 12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는 교체투입된 골키퍼 팀 크룰의 활약으로 4-3으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서 4강에서 만나게 됐다.

▲ 120분 뛴 로벤, 넌 지치지도 않니?
네덜란드는 전후반 90분 내내 코스타리카를 몰아세웠다. 특히 아르연 로벤(30, 바이에른 뮌헨)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폭발적인 주력으로 좌우 측면을 흔들었다. 로벤이 얻어낸 결정적 프리킥 기회만 해도 수차례였다. 네덜란드는 날카로운 슈팅이 두 번이나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전 막판 반 페르시가 찬 슈팅도 골키퍼 나바스에게 막혔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로벤은 연장전 후반전까지 쌩쌩한 체력을 과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승부차기 끝에 네덜란드가 이기긴했지만 로벤은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그는 “우리는 수많은 찬스가 있었다.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에 경기를 끝냈어야 했다”면서 아쉬워했다. 이날의 대활약은 왜 로벤이 세계최고 윙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증명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승리를 위해서는 로벤의 봉쇄가 필수적이다.

▲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나바스의 선방
나바스가 아니었다면 네덜란드가 3-0 이상으로 쉽게 이길 경기였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날카로운 슈팅을 터트릴 때마다 어디선가 날아든 나바스가 공을 쳐냈다. 그야말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신급’ 선방이었다. 더구나 나바스는 경기 전 어깨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장전에서는 상대선수와 공을 다투다 착지를 잘못했다. 그럼에도 나바스는 다시 골문 앞에 섰다. 육체적 한계를 초월한 정신력의 승리였다.
나바스의 존재를 믿은 코스타리카는 승부차기서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120분 내내 네덜란드의 공세를 막느라 지친 체력이 문제였다. 나바스는 첫 키커인 반 페르시의 슈팅방향을 완벽하게 읽어냈다. 하지만 골문 구석에 꽂히는 슈팅은 막기에 불가항력이었다. 나바스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승부차기서 한 골도 막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비록 졌지만 나바스의 플레이는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크룰 교체투입은 ‘신의 한 수’
네덜란드는 120분 동안 상대를 압박했다. 수차례 결정적 슈팅이 나왔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에도 불구하고 반 할은 교체카드를 아꼈다. 후반 31분 데페이를 빼고 렌스를 넣었다. 승부가 나지 않자 연장전에서야 클라스 얀 훈텔라르를 투입했다. 끝까지 한 장의 교체카드를 아꼈다. 네덜란드가 패하면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비판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은 연장전이 끝나갈 무렵 골키퍼를 야스퍼르 실레선에서 팀 크룰로 교체했다. 실레선이 부상이 있다거나 수비가 약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승부차기 방어에어 크룰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승부차기서 크룰은 브라이언 루이스와 우마냐의 슛을 막아내며 반 할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경기 후 크룰은 “경기 내내 벤치에 있다가 다른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4강에 갈 기회에 투입됐다. 이 날을 위해 골키퍼 코치와 7주 동안 준비를 했다. 우리가 23명의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다.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반 할의 용병술은 ‘신의 한 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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