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연습한 레이싱 경기였지만, 차량 이상의 불운을 피하진 못했다. 돌발 상황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게 아니던가. ‘무한도전’이 수개월 동안 이어온 레이싱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차량 이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멤버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지만 이들의 도전 정신은 ‘특급’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유재석, 정준하, 하하, 노홍철은 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결승전에 참가했다. 자체선발전을 통해 유재석, 정준하, 하하, 노홍철이 출전 자격을 얻었고 지난 5일 예선을 거쳐 노홍철이 탈락했다. 예비 멤버였던 노홍철이 결원 발생으로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게 되면서 멤버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출전 선수들은 네 명이었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두 현장을 찾았다. 박명수, 정형돈은 다른 멤버들을 응원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이날 세미프로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에 참가한 유재석과 정준하는 각각 차량 사고와 이상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차량 고장으로 예선전에서 최하위인 24위(2분 22초 639)를 한 유재석은 예선 결과에 따라 출발 위치에 제약이 있었다. 예선 당시 1분 37초 344를 기록해 상위 40%인 선수들만 참가하는 코리아랩까지 올랐던 정준하는 유재석에 비해 좋은 위치에서 출발했다.

경기는 아찔했다. 유재석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유재석은 차량에서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다른 차량을 통해 서킷을 빠져나왔다. 부상은 없었다. 이후 그는 다른 멤버들과 경기를 관전했다. 5일 열린 예선전에 이어 차량 이상이 그에게 불운을 안겼다.

앞서 유재석은 지난 3일 연습 주행 중 출전 차량으로 사고를 냈고 이후 수리했지만 지난 5일 예선전에서 멈춰서는 차량 이상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결승전 완주를 목표로 했던 유재석은 끝내 사고가 나면서 완주하지 못했다. 유재석은 경기 직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석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미 반파된 차량 뒤에서 눈물을 흘렸던 그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중에도 빨개진 눈을 숨기지 못해 안타까움을 유발했다.
유재석 뿐만 아니라 정준하 역시 14바퀴만 돌고 차량에서 경기를 중단했다. 정준하의 차량에 이상이 발생했고, 정준하가 경기를 중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준하의 차량은 기어 이상의 문제가 있었다.
추가선발전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아마추어 클래스인 아반떼 챌린지 결승전에 오른 하하와 노홍철도 성적이 좋진 못했다. 하하는 타이어 이탈로 완주에 실패했다. 노홍철 역시 막판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완주하지 못했다. 이로써 멤버 4인이 모두 완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KSF 결승에는 자동차 경주를 사랑하는 팬들과 ‘무한도전’을 만나기 위한 많은 이들이 함께 한 가운데 열렸다. 주최사에 따르면 이번 KSF는 예선만 16만 명이 티켓 신청을 하며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멤버들은 이른 오전부터 신체와 자동차 검사를 한 후 연습 주행을 했다. 이후 오후부터 부문별로 진행된 결승 무대에 섰다. 이미 예선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힌 이들이지만 결승 무대라는 중압감은 멤버들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준하는 경기 직전 OSEN과 만나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난 겁이 많아서 레이싱이 두렵고 힘들었다”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내 스스로 대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최종 목표 성적을 묻는 질문에 “어휴, 출전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레이싱을 할 때마다 공포스럽고, 다른 선수들이 운전하는 모습만 봐도 공포스럽다”고 덧붙였다.

정준하는 “오늘 대회는 사실 예선전에서 꼴찌를 한 유재석 씨가 결승전에서 몇 대의 차량을 제칠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나는 예선전에서 확보한 출발 위치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고 없이 운전을 하는 게 목표”라면서 “실전 경험이 많은 대단한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게 의미가 있지 내가 몇 등을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KSF 현장은 일반 관객 외에 ‘무한도전’ 멤버들의 팬들이 가득 메웠다. 이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대기실 앞에 구름인파를 이뤄 멤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바빴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거나,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팬서비스’를 했다. 특히 정준하는 결승전 30분 전에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팬들이 사진 촬영 요청을 하자 “지금은 경기에 나가야 하니 사진을 못 찍어드린다. 죄송하다. 경기만 끝나면 찍어드리겠다”고 양해를 부탁하며 팬들을 배려했다.
‘무한도전’의 떠들썩했고, 진지했던 레이싱 도전은 일단락됐다. 피땀 어린 노력에 비해 불운은 그들에게 좋은 성적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성적은 높지 않았지만 레이싱 초보들이 정식 대회에 출전해서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유재석이 팬들 앞에서 보인 눈물은 이들의 숱한 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수많은 레이싱 연습을 통해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열정은 불운도 막지 못했다. 성적보다도 값진 이들의 도전 정신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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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