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출전이 멤버 모두가 결승전 완주에 실패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레이싱 도전은 정식 레이싱 대회인만큼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든 과정이 언론을 통해 세세히 공개됐다. 이미 결과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KSF 출전을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요리해서 안방극장에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유재석, 정준하, 노홍철, 하하는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서 열린 KSF 결승에서 차량 사고와 이상, 운행 미숙 등의 이유로 완주에 실패했다.
자체선발전 결과 노홍철과 하하는 아마추어 클래스인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에 참가했고, 유재석과 정준하는 세미프로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에서 대결을 벌였다.

오랜 실전 경험을 가진 프로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멤버들은 잔뜩 긴장했다. 35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리는 서킷은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이미 연습 주행 중 차량 사고를 당한 바 있는 유재석은 예선전에서 차량 이상이 발생한데 이어 결승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정준하는 기어 이상으로 중도 포기했고, 하하는 타이어 이탈, 노홍철도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결국 멤버 4인은 모두 완주하지 못했다.
그만큼 결승 무대에서 이들이 완주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멤버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유재석은 지난 4일 연습 주행 후 OSEN과의 만남에서 “완주가 목표”라고 꿈을 밝힌 바 있다. 정준하 역시 순위보다는 완주에 희망을 걸었다.

경기는 끝이 났고 멤버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유재석이 아쉬움에 눈물을 보인 모습까지 이미 공개됐다. 그야말로 방송을 기사로 미리 본 셈이다. 기사가 아니어도 이날 ‘무한도전’과 KSF 경기를 보기 위한 팬들이 장사진을 이룬 까닭에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어찌 보면 예능프로그램이 좋아하는 깜짝 이야기 같은 것은 존재부터 불가능한 대회였다.
스포츠 도전을 통해 재미와 벅찬 감동을 안겼던 ‘무한도전’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제작 여건이 셈이다. 경기 결과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됐고, 방송은 뒤늦게 전파를 타는 까닭에 시의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강력한 스포일러에 맞서서 ‘그럼에도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물론 ‘무한도전’이 지난 9년간 방송되며 의도했든 안했든 방송 전 뚜껑이 열리는 일이 다반사였고 숱한 스포츠 도전을 하며 방송 전 경기 결과가 공개된 일도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당황할 일은 아니다. 경기 결과가 다 알려졌다고 해도 특유의 재기발랄한 편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게 ‘무한도전’의 힘이 아니던가.
더욱이 현장에서 멤버들을 밀착하며 촬영하면서 지켜본 이들의 고된 연습 과정이 묻어나는 구성은 이미 경기 결과가 공개돼 탄산이 빠진 콜라일지언정 보고 싶은 특집을 만들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뚜껑은 열렸지만 방송을 통해 멤버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면 KSF 특집의 마지막 이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사실 ‘무한도전’은 올해 초부터 레이싱 연습에 몰두했다. 정규 녹화일이 아닌 날에도 서킷을 찾아 전국 곳곳을 다녔다. 자체선발전을 수차례 거치며 멤버들은 성장했고 레이싱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KSF라는 정규 대회에 출전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성적만 봤을 때 결승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이들의 도전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 이 같은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을 과감하게 용기 있게 시작해 마무리를 한 멤버들은 성적과 관계 없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 같은 벅차오르는 감동은 방송을 통해 안방극장에 전달될 예정이니 기대되지 아니한가.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김태호 PD는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결과로는 알 수 없는 엄청난 드라마를 쓴 무한도전 레이싱팀!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너무 잘했습니다!! 진짜 무한도전이었습니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김태호 PD의 말대로 이들의 숨겨진 드라마가 오는 12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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