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이 꼴찌로서 굴욕을 맛봤다. 덕분에 고생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예능 활약은 시청자들을 웃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2일’)은 경남 밀양에서의 ‘더위 탈출’을 주제로 꾸며졌다. 뜨거운 공기만 가득한 차를 타고 출발한 멤버들은 잠자리 복불복으로 푹푹 찌는 온돌방에서 자는 등 더위의 끝을 맛봤다.
멤버들에게 있어 이번 여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찜통 차’에 불만을 가진 멤버들은 제작진을 따돌리고 카센터에서 차를 정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제작진을 피해 도망 다닌 3시간은 결국 ‘찜통 차’의 추억으로 남았다. 유호진 PD와의 교섭으로 결국 차는 고쳤지만 이들의 고생길은 밀양에 도착해서 다시 시작됐다.

이날의 잠자리 복불복은 야외취침이 득을 보는 경우였다. 실내 취침은 아궁이 불을 땐 온돌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멤버들은 김주혁-차태현-데프콘의 ‘꽃남팀’과 김준호-김종민-정준영의 ‘머슴팀’으로 갈라져 복불복 게임을 펼쳤다.
정준영의 불행은 이때 시작됐다. 첫 게임인 ‘스타킹 벗기기’ 게임에서 정준영은 막강한 수비력으로 김주혁과의 경기에서 이겼지만, 나머지 두 멤버의 패배로 허무하게 승점을 날렸다. 두 번째 게임이었던 ‘얼음 위 오래 버티기’ 역시 정준영 혼자만 차태현에게 이겼고, 김준호와 김종민은 얼음의 촉감에 못 이겨 “졌다”고 인정하기 바빴다.
온돌방에서의 취침은 고역이었다. 체감 80도(?)의 방 안에서는 날아가던 나방도 떨어져 죽을 정도였고, 밖에서 제작진은 끊임없이 아궁이에 불을 땠다. 실내취침 팀에게는 얼음물, 식혜와 계란, 선풍기 5분, 두꺼운 요 교환 등의 아이템을 건 미니 게임도 이뤄졌지만, ‘머슴팀’은 단 하나의 아이템도 획득하지 못한 채 마치 불가마 찜질방과 같은 방에서 잠을 이뤄야 했다. 아침이 되자 멤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잔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아쉽게도 정준영의 운은 이튿날 바닥을 쳤다. 기상부터 퇴근미션으로 꾸며진 이날 정준영은 꼴찌의 굴욕을 당했다. 특히 마지막 미션에서 ‘구멍’ 김주혁과 김종민에게 진 정준영은 “어이가 없다”며 분노했다. 이는 김주혁과 김종민에게 더없이 큰 쾌감을 줬고, 두 사람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며 함박 미소를 지었다.
꼴찌를 한 정준영의 벌은 밀양의 만어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었다. 정준영은 멤버들 없이 혼자 남아 그릇을 닦고 청소를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퇴근 직전 정준영은 ‘소원을 비는 돌’과 마주하기도 했다.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지고, 바로 들리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돌이었다.
정준영이 소원을 빌 때마다 돌은 가볍게 들렸다. 이에 그는 “앨범도 망하고 인생도 망하고 5년 뒤에도 망하고”라며 기가 막혀 했다. 끝으로 “하나만 더?”라며 소원을 빌고 또 돌이 들리자 정준영은 “1박 2일도 망하네”라며 자신의 운을 포기했다. 자주 볼 수 없는 정준영의 ‘불행한 날’이었다. 굴욕도 예능으로 소화한 그의 매력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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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