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과 사랑의 기로에 선 남자주인공과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과 복수. 지극히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즐비하다. 하지만 SBS 주말특별기획 '끝없는 사랑‘은 류수영, 황정음, 서효림의 삼각 로맨스와 함께 지난 20세기 격동의 현대사를 바탕으로 선굵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끝없는 사랑’ 6회에는 결혼을 약속한 인애(황정음 분)와 장군의 딸 천혜진(서효림 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광훈(류수영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여기에 자신이 김건표 총리(정동환 분)의 혼외자임을 알게 된 인애는 엄마를 살해한 자들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앞서 광훈을 사윗감으로 점찍어둔 천태웅(차인표 분). 그는 광훈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사내 인생에서 여자란 그저 잡지부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돼. 나도 지금의 아내를 선택하는게 쉽지 않았고 후유증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광훈의 야망을 부채질했다.

특히 천태웅은 광훈의 아픈 상처를 헤집으며 광훈을 도발하고 궁지로 몰아넣었다. 광훈의 모친이 간첩 혐의로 옥고를 치렀고, 그의 아버지가 죽은 아내의 한을 풀기 위해 야당 편에 서다 자살했음을 언급한 것. 태웅은 “신군부가 아니라면 자네는 성공할 수 없는 불온한 출신 성분이지. 내가 자네에겐 철의 보호막이 될 걸세”라고 광훈을 유혹했다.
복수를 품고 사는 광훈으로선 태웅의 이런 유혹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터. 광훈은 인애에게 연락도 없이 태웅을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을 준비 중인 사실도 함구했다. 이에 혜진은 인애를 만나 “한광훈씨. 우리 아버지 그늘 아래 있어야 자기 이름 석자 세상에 내세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한광훈씨 내 남편 되기 쉬워요. 아니 그렇게 되고 말거야. 시간낭비 할까봐 내가 먼저 선포하는 거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의 도발에 인애는 “한광훈 씨와 날 갈라놓을 사람 지구상에 없어”라고 호기롭게 반박했다. 하지만 광훈은 이미 태웅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않음으로써 사랑과 성공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이에 따라 충돌하는 욕망에서 갈등하는 광훈의 심리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이날 방송에는 인애의 출생의 비밀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인애의 외할머니는 인애에게 친부가 김건표 총리임을 밝혔다. 여기에 인애의 이모는 “네 엄마는 떳떳하지 못한 관계라 널 숨어서 낳은 거다. 성공해서 복수해라. 내 딸 억울하게 죽은 것까지 복수하라”고 당부하며 인애의 복수심을 자극했다.
'끝없는 사랑'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치열하게 살아 낸 주인공들의 꿈과 야망,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현대사의 벽화와 같은 40부작 드라마. 빠르게 공개된 황정음의 출생의 비밀과 불 붙은 삼각관계는 여주인공이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보장된 만큼, 앞으로 극의 흥행은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 시대극을 얼마나 뻔하지 않게 변주하는가에 달렸다.
minhee@osen.co.kr
'끝없는 사랑'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