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고받는 중위권 싸움 뒤에서 조용히 승수를 먹어치우고 있는 팀이 2위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휴식기를 마친 지난달 17일 광주 KIA전부터 지난 6일 목동 KIA전까지 6번의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로 쓸어담았다. 그 사이 넥센은 14승4패를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휴식기 당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남은 26경기에서 14승12패가 목표라고 했으나 벌써 그 승수를 다 채웠다.
지난달 16일 넥센은 2위 NC에 5경기 차로 뒤진 3위였다. 오히려 4위 두산이 반 경기차, 5위 롯데가 1경기 차로 뒤쫓고 있었다. 넥센은 앤디 밴 헤켄과 헨리 소사, 하영민 외에는 꾸준한 4,5선발도 없었다. 그러나 넥센은 기적의 시리즈를 펼쳐가며 어느새 3위 NC를 1.5경기차까지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넥센이 14승을 거두는 사이 밴 헤켄과 소사가 각각 4승, 3승씩을 책임졌다. 패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소사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하고도 3연승을 달렸다. 어느 정도 이닝을 버텨주기만 하면 타선이 알아서 승리 요건을 만들어주는 넥센에 적합한 투수다. 18경기 동안 팀 평균자책점 2위(3.61)를 기록한 불펜 중에서는 혼자 3승 1홀드를 쓸어담은 김영민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넥센은 최강 타선의 팀이다. 6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는 동안 가장 빛난 것은 톱타자 서건창이었다. 서건창은 이 기간 동안 25안타(1홈런) 23득점 10도루 타율 3할2푼5리 장타율 5할6리 출루율 3할9푼5리를 기록하며 눈에 보이는 숫자 이상의 기여를 했다. 결승타도 3번으로 유한준과 함께 가장 많았다.
강정호 역시 박병호가 잠시 밸런스를 잃은 틈을 잘 메워주며 25안타(6홈런) 18타점 타율 4할3푼9리 장타율 8할9푼5리라는 놀라운 페이스를 뽐냈다. 이택근(.313)은 베테랑 주장답게 공격의 물꼬를 텄고 부상에서 복귀한 김민성(.386)도 1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유한준은 2011년의 페이스를 찾은 듯 펄펄 날았다. 3할2푼3리의 타율에 3홈런을 쳤고 15타점 12득점으로 꼭 맞는 3번 타순이라는 옷을 입은 듯 했다. 마지막 시리즈에서 부상당한 강정호 대신 5번을 채운 안태영(.316), 김민성 대신 3루를 커버한 윤석민(.346), 강정호의 유격수 자리를 메운 신인 김하성(1홈런)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넥센은 14승 중 8승을 역전승으로 일궈냈다. 팀 분위기가 저절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으로 흘러갔다. 동료가 실책을 하면 홈런으로 메웠고 선발이 버텨주면 중반까지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챙겨줬다. 넥센의 질주에는 투수, 타자 각자의 활약이 아닌 투타의 조화, 그리고 응집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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