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우·윤지웅 호투’ LG, 보상선수 만기적금 터진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07 06: 24

미래를 바라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2011년 겨울, LG 김기태 감독은 FA 보상선수로 1년차 신인 임정우 윤지웅 나성용을 선택했다. FA 계약으로 LG를 떠난 선수들을 생각하면 물음표가 붙는 결정이었다. 아무리 20인 보호명단 밖에 있는 선수들을 데려온다고 해도, 주전포수 조인성·중심타자 이택근·마무리투수 송신영의 빈자리를 신인으로만 채우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특히 윤지웅은 이미 경찰청 입대가 확정, 2년 동안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LG 선수층이 두터운 것도 아니었다. 2011시즌 LG는 시즌 중반부터 급격히 추락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조인성과 송신영이 떠나면서 주전포수와 마무리투수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성적에 자유로운 감독은 없다. 부임 한 달 밖에 안 됐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지 못하면 계약 기간 중에도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선택은 전력유지를 위한 ‘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김 감독은 “(보호선수 명단에)내년 시즌 우리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미래에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4년 3월 김 감독은 5선발 경쟁 중인 임정우, 불펜투수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윤지웅을 바라보며 “2년 전 선수 명단을 보고 불안하긴 했었다. 특히 내야진이 그랬다. 2차 드래프트서 최동수와 김일경을 지명한 것도 당장 다른 팀에 창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2차 드래프트 3명도 모두 유망주로 선택했을 것이다”고 회상했다. 
보상선수 지명 후, 김 감독은 계획대로 임정우를 육성했다. 미래의 선발투수로 낙점, 2012시즌 임정우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꾸준히 선발 등판했다. 시범경기에선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해 변화구 없이 오직 패스트볼만 던지게 했다. 2013시즌에는 불펜 추격조 역할을 부여, 임정우는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 자리하며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2014시즌 시범경기 기간에 “정우도 이제 4년차다. 언젠가는 우리 팀을 이끌 선발투수가 될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정우를 선발투수로만 등판시킬 생각이다”고 임정우의 보직을 선발투수로 못 박았다.
2년 동안 경찰청서 뛰었던 윤지웅이지만, 감독실 한 편에는 언제나 윤지웅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현황이 나열된 화이트보드에 있는 윤지웅을 가리키며 “류택현과 이상열 다음주자가 바로 윤지웅이다. 기본적으로 공을 던질 줄 아는 좌투수인 만큼, 우리 팀에 오면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웃었다. 예상대로 윤지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2014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1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현재 임정우와 윤지웅은 LG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비록 김기태 감독은 자진사퇴로 물러났지만, 양상문 감독 역시 둘을 LG 마운드의 미래로 낙점했다. 임정우를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윤지웅은 불펜진 필승조로 확정지었다. 5월 13일 양 감독 부임 당시 임정우는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윤지웅은 평균자책점 9.00로 부진했던 것을 생각하면, 양 감독의 선택 또한 파격적이었다. 
먼저 윤지웅이 두각을 드러냈다. 윤지웅은 양 감독 부임 후 18경기 14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51로 호투 중이다. 지난해까지 불펜 좌완라인을 형성했던 류택현과 이상열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지만, 윤지웅으로 인해 LG 불펜은 상대 좌타자를 가뿐히 돌려세우고 있다. 특히 횡으로 크게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들에게 난공불락이다.
임정우는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지난 5일 마산 NC전서 5이닝 무실점으로 마침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경기 초반부터 위기에 놓였으나, NC 강타선을 낙차 큰 변화구로 압도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에 얼마 전 스플리터를 추가, 결정구를 늘리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양 감독은 시즌 끝까지 임정우를 선발진에 고정, 향후 임정우가 LG의 세 번째 선발투수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정우와 윤지웅 모두 이제 막 1군 마운드를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분명 10년 이상 LG 마운드의 핵이 될 것이다. 눈앞이 아닌, 2년 후를 응시했던 LG의 선택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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