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2’ 개봉일, IMDB는 안 바꿨나 못 바꿨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7.07 07: 15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혹성탈출2’의 수입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이 영화를 미국 개봉일인 10일에 맞춰 국내 개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처음부터 한미 동시 개봉을 염두에 뒀고 CG와 심의 때문에 16일로 개봉을 고지했을 뿐 원래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해명도 곁들였다. 과연 그럴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발표 직후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혹성탈출2’ 개봉일은 7월 10일로 즉각 수정됐다. 수입사 요청에 따른 발 빠른 피드백이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는 어찌된 일인지 6일 저녁까지 한국 개봉일이 16일로 표기돼 있다. 태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20개국이 미국과 같은 날 동시 개봉하며, 한국은 그리스와 함께 16일 개봉하는 나라로 공개돼있다.
 이 말은 적어도 이십세기폭스의 한국 지사가 경쟁작 등 현지 사정을 고려해 자국에선 16일 개봉이 좋겠다고 본사에 보고했고, 본사도 이를 수긍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전국 극장에 배포한 포스터와 각종 광고물에 ‘혹성탈출2’ 개봉일을 7월 16일로 날짜를 박아 고지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10일 개봉을 염두에 뒀다면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7월초’라고 표기해 여지를 남겨뒀어야 했다.

 심의가 예상보다 빨리 나와 개봉을 앞당기게 됐다는 해명도 들을수록 궁색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혹성탈출2’의 12세 관람가 등급 판정일은 지난 6월 25일. 같은 영화의 3D 버전 등급일이 7월 2일이므로 수입사가 3D 등급까지 모두 받은 뒤 이틀 만에 부랴부랴 개봉일 변경에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영등위 한 관계자와 통화를 해봤지만 그 역시 “심의를 핑계 삼는 건 폭스 측의 궤변”이라고 답했다. 수입사에서 전체관람가로 심의 요청을 넣었고, 영화를 본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12세 관람가 판정을 내려 수입사가 이의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마치 심의 결과가 늦게 통보될 지 몰라 개봉을 16일로 했었다는 해명이 아마추어 같다는 설명이었다. 시종일관 재심의 없는 깔끔하고 신속한 경량화 과정이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미국에서도 12세 관람가와 같은 PG-13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 관계자는 또 7월 23일과 30일 각각 개봉하는 ‘군도’ ‘명량’도 이미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상태인데 그럼 이 영화들은 왜 개봉을 앞당기지 않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영화인들에게 유감스럽게 됐다. 우리도 같이 잘 돼야 하지 않겠냐’며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문제를 풀었으면 어땠을까 아쉽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럼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무리수를 둔 진짜 속내는 뭘까. 한국 영화가 두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한국 영화가 만만해 보여서일 것이다.
 ‘혹성탈출2’가 예정대로 16일 개봉할 경우 한 주 뒤부터 차례로 링에 오르는 ‘군도’ ‘명량’ ‘해적’이 심히 두려웠을 것이다. 미국 본사에 보고한 예상 스코어와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지는 걸 원하는 직배사 임직원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패를 보인 ‘신의 한 수’ ‘소녀괴담’ ‘좋은 친구들’은 여러모로 자신들보다 한 두 체급 아래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영화인들에게 욕 좀 먹더라도 눈 딱 감고 개봉을 조정하면 본사로부터 좋은 인사고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을 지 모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지난 3월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호평과 함께 짭짤한 흥행 수익을 맛봤다. 50만 명을 동원하며 다양성 영화 중 최단기간 흥행 기록까지 세웠다. 당시 수입사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추천 영상을 홍보에 활용했고, 애니메이션 ‘리오2’ 때는 임시완 써니 류승룡을 스타 마케팅에 동원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로컬 전략이라며 본인들 아쉬울 때는 한국 영화인들과 어깨동무하지만, ‘혹성탈출2’처럼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발생하면 한국 배급 질서와 풍토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시키고 있다.
 내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도 아까운 법이다. ‘혹성탈출2’가 10일 개봉하면 1000여개가 넘는 상영관을 잠식할 것이고, ‘신의 한 수’ ‘소녀괴담’은 당장 허리가 꺾이며 사실상 상영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같은 날 맞붙는 ‘좋은 친구들’은 최대 피해자가 될 처지인데도 ‘광해’ 때 지은 죄가 있어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묵언수행중이다. 모두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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