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혹성탈출2', 변칙개봉 강행 이유 있었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7.07 17: 53

3년 만에 돌아온 시저는 여전히 위엄이 넘친다. '노(NO)'라는 단어 외에도 풍성한 어휘를 구사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무리를 이끈다.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혹성탈출2'는 당초 16일 개봉으로 알려졌으나 갑자기 10일로 개봉일을 앞당겨 구설에 오른 작품. 수입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자신감을 확인하기 위한 취진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혹성탈출2'는 전작인 '혹성탈출:진화의 시작'(2011)에서부터 1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류는 세상을 휩쓴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멸종 위기에 처한다. 생존자들은 삼삼오오 공동체를 이루며 암울한 하루를 살아간다. 도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금문교는 흉물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은 숲 속의 고장난 수력발전소에 희망을 걸고 있다. 반면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들은 숲속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번영을 이룬다. 이족보행을 하며 도구와 불, 말(馬)을 이용한다.  

이처럼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의 대비로 보여주며 전개된다. 그들 무리에는 각각 평화를 원하는 시저와 인간 말콤이, 타협을 불사하는 유인원 코바와 인간 드레이퍼스가 있다. 시저와 말콤에겐 각자의 아들인 파란눈과 알렉산더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인간도 유인원도 배신과 갈등, 번민, 화해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등장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켜켜이 쌓여있는 풍성한 이야기들이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이유 없는 행동도, 사연 없는 인물도 없다. 예를 들어 코바와 드레이퍼스는 둘 다 가슴 아픈 과거 탓에 전쟁에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그들의 신념대로 행동할 뿐이다.  
탄탄한 내러티브는 전작에 이은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미덕. 2편에서는 좀 더 진화된 기술력까지 선보인다. 유인원 모리스는 둘째 아들을 얻은 시저에게 '또 아들이네'라며 축하를 건넨다. 시저는 좋아하는 감정을 좀처럼 숨기지 못하는데, 이때 드러나는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화면에 섬세하게 구현된다. 출산 후 몸져 누운 아내를 걱정하는 시저의 붉어진 눈시울, 윌(제임스 프랭코)을 추억하는 시저의 그리움 등이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인간보다 인간적인 유인원 시저다. 그는 가족과 미래, 신뢰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가 보여주는 품위와 유인원과 인간이 똑같다는 성찰 등은 보는 이에게 깨달음을 안길 정도다. 그토록 원하지 않던 전쟁이지만 닥친 운명을 피하지 않는 자세까지 인상적이다. 오히려 그들과 마주하는 인간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종일관 말에 올라탄 시저와 그를 경이를 담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인간의 구도가 그것이다.
다만 이 작품이 변칙개봉이란 무리수와 비난을 감안하면서도 개봉할만큼 필작인지는 의문이 든다. 전작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전작을 뛰어넘는다고 보긴 어렵다.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은 전편으로 드높은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1편은 어린 시저와 과학자 윌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로 인해 웃음과 따뜻함까지 간직하고 있다. 2편은 시종일관 비장하다. 후반부 대부분의 액션 신이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것도 한 몫한다. 전작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이야기가 균형을 이룬다면, 2편에선 유인원들의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때론 그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1편에 등장한 제임스 프랭코와 프리다 핀토 등은 출연하지 않는다. 감독 또한 맷 리브스로 교체됐다. 제이슨 클락과 케리 러셀 등이 시저를 도우며, 게리 올드만은 큰 분량을 차지 하지는 않는다. 윌과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시저의 모습은 1편을 사랑한 팬들에겐 좋은 서비스 장면이 될 것이다.
12세 관람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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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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