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년 연속 9위의 위기에 처했다. 8위 SK와 승차가 4.5경기. 6월 이후 23경기에서 7승16패로 승률 3할을 갓 넘긴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 듯 보인다. 지난 3일 잠실 LG전 9회 2사 1루 정근우 타석에서 4구째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덕아웃의 김응룡 감독은 구심에게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극도로 흥분했다. 코치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큰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결국 경기는 한화가 졌다. 경기 후에도 김응룡 감독은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몇몇 선수들을 질책했다.
김 감독의 '선수 탓'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선수 펠릭스 피에가 모멸감을 느낀 대상도 그와 말싸움한 강석천 코치가 아니라 김 감독이었다. 그 분위기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도 전해진다. 선수들이 일부러 못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아무리 위기라도 팀 중심을 잡아야 할 수장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선수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팀 분위기가 얼마나 무거웠을지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감독들의 계약이 끝나갈 무렵 성적이 나지 않을 때 흔히 나오는 말이 '레임덕'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화는 감독보다도 경영진 쪽에 해당하는 분위기다. 지난 겨울 '역대급' 투자를 하고도 최하위에서 성적이 나지 않은 것에 책임론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감독 선임의 실패도 경영진의 몫이라고 하지만 김 감독은 구단이 아닌 그룹에서 모셔온 감독이다.
사실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은 김 감독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올해 한화 전력은 애초 4강권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무너질 정도까지는 아니다. 코칭스태프 운영 미스도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전반기 무리한 연투 여파가 남은 송창식, 팔꿈치 상태가 완전치 않은데 무리한 유창식, 나왔다 하면 2~3이닝씩 던지다 어깨 근육통으로 빠진 윤규진이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투수운용부터 선수구성까지 모든 권한과 결정은 김 감독에게 있었다.
지난해 9월 어깨 회전근 봉합수술 받은 이용규도 당초 5월 이후에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개막부터 합류한 탓에 지금까지 수비를 못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만 하더라도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겠다. 5~6월 복귀를 생각한다"고 말한 걸 뒤집었다. 한 야구인은 "김응룡 감독은 선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조건 성적을 내기만을 위한 야구를 한다"고 꼬집었다.
이미 한화 성적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 사실상 4강 싸움은 어렵다. 기대해봐야 탈꼴찌. 남은 기간은 내년을 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김응룡 감독이 다음 감독에게 좋은 팀 물려줬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응룡 감독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그는 "덕아웃 분위기만 봐도 성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한화 덕아웃은 너무도 침체돼 있다. 선수들이 전혀 흥이 나지 않는다"며 "요즘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과도 소통해야 할 시점이다. 김 감독이 계속 과거에 갇혀있다면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적어도 이겼을 때 하이파이브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김 감독은 포커페이스가 안 된다. 그렇다면 화만 내고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기쁨도 함께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박수만 칠 게 아니라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보다 큰 제스처가 필요하다. 한 선수는 "감독·코치님들과 하이파이브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이기고 싶다"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이 달라져야 한화가 산다. 이대로 허무하게 시즌을 끝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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