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연인’은 독특한 드라마다. 내용적인 면에선 너무도 많이 봐 왔던, 기존 작품들의 클리셰를 버무려놓은 것 같다. 그럼에도 가벼워서 쉽게 빠져드는 내용의 중독성에 맛을 들이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래하는 정은지를 거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상한 드라마다, 싶다가도 흔한 아이돌 가수 같지 않은 시원한 노래를 듣고 나면 드라마가 가진 모든 약점을 용서하게 된다.
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극본 오선형 강윤경 연출 이재상 이은진)에서는 서바이벌 명곡에 나갈 기회를 얻은 최춘희(정은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조근우(신성록 분)는 서바이벌 명곡 신인 편에 빈자리 하나가 생기자 제작진에 최춘희를 추천했다. 최춘희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제작진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본의 아니게 최춘희와 경쟁을 벌이게 된 박수인(이세영 분)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불안함을 느꼈다.

불안함을 느낀 건 박수인만이 아니었다. 박수인의 엄마이자 샤인스타의 이사 양주희(김혜리 분), 그의 심복 왕상무(박혁권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우연히 왕상무는 최춘희가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엿듣게 됐고, 경연 당일 최춘희의 경연곡을 바꿔 버리며 그를 방해하려 했다.
그러나 최춘희에게는 장준현(지현우 분)이 있었다. 장준현은 악보를 읽지 못하는 최춘희에게 노래를 하나하나 불러주며 연습시켰고, 최춘희는 무대에 올라 장준현과의 짧은 연습을 떠올리며 노래를 완벽하게 열창할 수 있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관객들은 최춘희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비록 방송국에 미리 손을 쓴 양주희의 계략으로 네티즌 집계 결과가 달라져 1등은 박수인에게 돌아갔지만, 최춘희의 노래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다.
이를 알게 된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약 2분 정도 선보였던 최춘희 역 정은지의 노래 실력은 드라마 전체의 질을 높여주는 백미였다. 정은지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보는 듯 감동이 있었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줄을 이었다.
노래가 본업인 정은지는 가창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대중성과 더불어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추고있다. '트로트의 연인'은 그런 정은지의 재능과 매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작품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날 선보였던 짧지만 강한 노래 신이 이를 증명했다.
한편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최춘희, 트로트를 경멸하는 천재 뮤지션 장준현과 마성의 옴므파탈 기획사 대표 조근우, 최춘희의 라이벌이자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연습생 박수인 등 네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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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