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에 대한 논란과 진실[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07.08 07: 35

지난 3월 '그런 남자'를 발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신인가수 브로(본명 박영훈. 25)가 베일을 벗고 서서히 대중 앞으로 나섰다. 데뷔곡으로 쟁쟁한 선배들의 노래를 꺾고 음원차트 1위를 달성한 브로는 단숨에 이슈 메이커로 등극했다.
브로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공감이었다. '그런 남자'는 데이트나 결혼 비용을 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한국 여성의 태도를 꼬집은 곡으로, 자극적인 가사로 일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브로의 존재를 알린 노래다. 또 지난 4일 공개한 두 번째 싱글 '고백했는데' 역시 현실반영이라는 키워드로 이뤄졌다. 사랑하는 여성의 생일에 고백을 앞둔 한 남성의 심리상태를 힘찬 사운드와 직접적인 가사로 표현, 공감을 높였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누군가에게서 들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를 가사로 차용하며 대중의 심리를 꿰뚫었다.
최근 OSEN과 만난 브로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아직 대중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그. '그런 남자'를 처음 들었을 당시 날카롭고, 조금은 무서운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실제로 만난 브로는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순순한 미소를 가진 평범한 20대였다.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7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고, 음악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가지고 있었다.

지난 봄, '그런 남자' 발표 당시 브로는 알려진 얼굴도 없는 무명가수였지만 한 달 반 이상 1위에 머물렀던 소유X정기고의 '썸'은 물론, 임창정과 이선희 등을 꺾고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가요계 복명으로 떠올랐다. 이후 신곡을 발표하기까지 더 좋은 성과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런 남자'를 작업할 때 최대한 즐겁게 했고, 이번에도 즐겁게 작업했어요. '그런 남자' 때 굉장히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죠. 그런데 당시 재미있게 작업한 결과물을 잘 들어주셨기 때문에 순위에 연연하지는 않아요. 오버하고 뛰다보면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 해왔던 페이스대로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더 걱정해주시더라고요."
'그런 남자'로 정식 데뷔하기 전, 브로는 축가 가수로 활동했다. 작곡가 키젠 팀의 가이드 보컬, 축가, 지역축제, 라이브카페 등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갔다. 키젠은 주변의 많은 가이드 보컬 중 브로의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고, 그렇게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데뷔곡 '그런 남자'는 무엇보다 직설적이고 위트 있는 가사로 화제를 모은 곡. 가사 작업에만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브로는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 남자'는 물론, '고백했는데' 역시 SNS에 올라온 모바일 메신저 캡쳐 화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불특정다수인 제3자에게 감정을 공개,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브로의 음악이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발라드라는 장르 때문에 가사가 특이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아이디어 회의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차용해요. 이번 곡은 SNS에 돌아다니는 게시물을 보고 작업하게 됐어요. 고백이란 게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설렘과 아름다움 이런 쪽으로 많이 노래됐는데, SNS가 활성화되면서 또 다른 인격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고백했다가 실패한 경험들을 전혀 모르는 타인과 공유하잖아요. 제3자의 입장에서 그런 현상이 재미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남자'는 가사가 너무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속상하기도 했는데 제 역량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마음도 물론 있었죠."
또 하나 재미를 준 것은 바로 뮤직비디오였다. '그런 남자'는 모바일 메신저 화면을 캡처한 독특한 구성이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 웹툰을 이용한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끌었다.
"'그런 남자' 뮤직비디오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이번에도 많이 고민을 했는데 기대치를 넘겨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회의하다가 웹툰을 이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죠. 사실 이번 뮤직비디오 웹툰에 있는 남자는 저의 다양한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작업한 거예요. "
브로가 화제의 중심에 섰던 지난 봄, 그는 밀려드는 많은 인터뷰 요청과 방송 섭외에도 결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중은 '그런 남자'를 부른 브로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그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가수들의 얼굴이 예쁘게 찍힌 재킷 사진이 있는 다른 음반들과 달리 브로는 여전히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 '그런 남자' 때는 공개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당시 제 몸무게가 93kg이었거든요.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게 처음이라 외적으로도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당시 댓글을 봤는데 저에게 '넌 반드시 잘생겼어야해'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음악은 1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했는데, 그 전에 제가 수영선수와 펜싱선수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니까 몸이 커지더라고요. '그런 남자'를 발표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20kg 넘게 감량했어요."
브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수영 선수로 활동했고, 중학교 때는 펜싱으로 소년체전에 나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정도로 다양한 운동을 했다. 하지만 펜싱 선수 생활을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고,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그때 브로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던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키젠과 함께 가수 브로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브로는 "워낙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준비기간 7년이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남자' 발표 당시 또 화제를 모았던 것은 극우성향의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의 관련성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그런 남자'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브로는 자필편지로 이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남긴 바 있다. 이후로 브로의 이름 앞에는 '일베 가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당시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전 제 노래를 들어주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공간에 감사인사를 남긴 것이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홍보 수단이 없었던 당시 마케팅 방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했어요. 여러 사이트 중 하나였고, 유독 그곳에서 호응이 좋았던 거죠. 제가 떨쳐낸다고 해서 떨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일베 가수'라는 수식어보다 음악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커요. 그래도 계속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다른 이미지가 생기고,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도 발견해주시지 않을까요?"
지난 인터뷰에 이어 브로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세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했다. 재미와 공감, 그리고 음악성이다. "제가 늘 강조하는 세 가지가 즐겁고 재미있게, 공감되게, 그리고 음악성이예요. 물론 음악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함께 작업하는 키젠 형님들이 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감사드리고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요."
브로는 데뷔 전 "내 노래로 1위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데뷔곡으로 이미 1위의 꿈을 이룬 그. 그는 다음 목표로 브로의 노래로만 채워진 콘서트를 언급했다. 7년 동안 지치지 않고 열심히 달려 꿈을 이룬 만큼, 이번에도 꿈을 이룬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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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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